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8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비서실장 정모씨를 소환했다.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한 총재의 최측근 인사다. 특검팀은 정씨 등 통일교 교단 차원에서 김 여사에 대한 청탁이 이뤄졌다고 의심 중이다.
정씨는 8일 오전 9시40분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조사를 위해 출석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 선물에 관여하셨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명품백 선물을 지시했냐’ ‘권성동 의원에게 돈 얼마 주셨냐’는 취재진 질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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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한학자가 오더 내리면 정씨가 디테일 보강”
특검팀은 윤영호 전 본부장과 정씨를 비롯한 통일교 윗선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의 물품을 전달하고,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공적개발원조(ODA) 특혜 등 통일교 관련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 중이다.
지난달 30일 구속된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건진법사를 통해 김 여사에게 목걸이와 명품백 등을 전달하는 방식은 통일교 교단 차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고 하면서 정씨를 언급했다. “한학자 총재가 오더를 내리면 정모 통일교 천무원 부원장과 이모 통일교 중앙행정실장이 구매할 명품 등 디테일을 보강해 지시했다”면서다.
특검팀이 확보한 윤 전 본부장의 수첩과 문자 메시지 등에도 당시 지도부의 청탁 관련 지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한학자 총재와 정씨 등이 윤 전 본부장과 청탁을 공모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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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권성동 ‘정치자금 제공’ 의혹도
정씨는 통일교가 교단의 핵심 사업을 로비할 목적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23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통일교 교단 자금 1억~2억원을 현금으로 건넸고, 한학자 총재의 윤허를 받아 한 것이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권 의원과 통일교 측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 중이다.
특검팀은 이날 정씨를 상대로 김 여사에게 교단 차원의 청탁을 했는지, 윤 전 본부장에게 명품 구매를 지시했는지, 권 의원에게 교단 자금을 건넸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7일 청구한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건진법사 청탁 의혹(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시했다. 김 여사는 통일교로부터 샤넬백과 62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 인삼가루(천수삼 농축액) 등 청탁 물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