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접근 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를 설치해야 하는 법의 전면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대다수 장애인은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각장애인 10명 중 7명, 휠체어 이용자 10명 중 6명은 키오스크 대신 직원을 통한 주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태조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3년마다 실시되는 것으로, 2021년 조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장애인 당사자 54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조사는 키오스크 설치·운영 실태와 정보접근성 보장 현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앞서 2023년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기관이나 사업주 등은 내년 1월부터 장애인·고령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이른바 ‘배리어프리(장벽 없는)’ 키오스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가령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글자 확대, 음성안내 기능 등의 ‘접근성 검증기준’을 갖춘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
법 시행이 6개월 남았지만, 상당수 장애인들은 여전히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장애인 중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277명 중 58.1%는 불편함을 경험했다고 했고, 44.8%는 키오스크보다 직원에게 주문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직원을 통한 주문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2.3%, 휠체어 이용자는 61.5%에 달했다.
이용하기 어려운 키오스크 유형으로는 무인주문기가 80.1%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자율계산대(38.5%), 티켓발권기(32.3%), 무인 증명서 발급기(23.6%), 무인 접수기(23.6%), 주차 요금 정산기(20.5%) 순이었다.
이들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불편한 이유로는 ‘주문이 늦어져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이 54%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버튼 위치를 찾기 어렵거나 메뉴 선택 방법 및 이동이 어렵다’(26.1%)는 응답이 많이 꼽혔고, ‘키오스크의 작동이 느리거나 터치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5.6%), ‘화면의 글씨 크기가 너무 작다’(5%) 순이었다.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장애인의 54.2%는 키오스크 이용 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답했다. 키오스크 사용 개선을 위해 직원 배치나 호출벨 설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시각장애인은 78.7%, 휠체어 이용자는 64.6%에 달했다.
복지부는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보급이 저조하고, 자영업자 등 현장의 수용성이 낮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검증받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판매 현황은 466대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보급이 확대되고, 장애인 정보 접근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키오스크를 설치·운영하는 사업주 등에는 ‘접근 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소상공인 대상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사업을 통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구입·렌탈비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