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종로, 고용준 기자] 라이벌리 맞대결 답게 선수들의 현란한 핑퐁이 오가는 전투 장면도 큰 즐거움이었지만, 코칭 스태프들의 밴픽 두뇌 싸움 역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서로 주고받는 수 자체에서 젠지와 T1이 왜 강팀으로 분류되는지 이해가 저절로 됐다.
주도권이 없는 조합임에도 ‘유나라’의 캐리력을 믿고 승부수를 던진 2세트나, 상대 사일러스 카드를 보고 순간적인 임기응변으로 꺼내든 3세트 직스까지 용병술 대결을 보는 큰 묘미였다.
젠지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레전드 그룹 4라운드 T1과 경기에서 1세트 패배 이후 2, 3세트를 내리 잡아내면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3연승을 달린 젠지는 시즌 22승(1패 득실 +37)째를 올리면서 선두자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정수 감독은 3라운드 패배를 설욕한 기쁨 보다는 이후 큰 무대에서 승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지만, 강적 T1과 경기 승리 소감을 묻자 “언제나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하는 T1과의 경기를 승리해 기분 좋다”라고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는 매 세트 놓칠 수 없는 요소들이 가득했다. 31분 47초만에 2-19로 패한 1세트부터 ‘유나라’ 선픽이 나온 2세트, 하반기 연전 연승을 달리던 T1에게 제동을 건 3세트까지 볼 거리가 풍성했다.
1세트는 젠지를 MSI 리핏과 EWC 챔프로 이끈 무기 중 하나인 탑 그웬과 정글 오공 구도가 제대로 카운터 당했다. 김정수 감독은 1세트 밴픽을 중심으로 카운터 당했음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2, 3세트 밴픽 구도에 대해 설명했다.
“1, 2세트에서 한타 조합을 구성했다. 1세트 같은 경우 우리가 꽤 오랫동안 사용한 조합이었다. 한 달 가까이 연습했고, 자주 경기에서 쓰던 조합이지만 결점이 있다. 한 번 파훼 당할 떼까지 써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그 결점이 드러났다. 차후 수정할 생각이다.”
[사진]OSEN DB.
2세트 역시 한타 조합을 구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상대인 T1이 럼블 자르반 오리아나 등 강력한 상체를 구성한 상태에서 주도권은 없지만 한타에 강한 유나라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들었다.
“2세트 같은 경우 주도권이 없지만 한타 조합을 구성했다. 유나라를 하면서 일부러 한타 조합을 구성했고, 주도권이 없어도 경기는 이긴다는 생각으로 조합을 구성했다. 유나라는 패치 밴이 풀린지 얼마되지 않아 반신반의했다.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카운터가 어떤 챔프인지 100% 파악을 못한 상태라 룰러 선수도 부담스러워 했다.
블루 1픽이 맞는지,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지만, 아직 100% 공략이 나온 챔피언이 아니니 리스크를 짊어지고 한 번 해보자라고 설득했다. 한타가 좋은 조합을 구성하면 충분히 유나라가 캐리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계속 스크림에서 사용하면서 조금 더 연구하려고 한다.”
김정수 감독은 내친 김에 3세트 미드 코르키와 원딜 직스의 배경까지 전했다. 1, 2세트 한타 조합을 구성했던 것과 반대로 라인전 주도권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스노우볼을 굴리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3세트는 마지막에 직스를 뽑으면서 라인전하고 팔 길이가 다 좋아서 경기하기 괜찮게 풀린 것 같다. 코르키는 사일러스를 보고 결정했다. 그 전에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녹턴 니코를 100% 할 텐데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를 밴픽의 기조로 구성했다. 녹턴 니코를 주고 우리가 할 거를 하자였다. 사일러스가 나오면서 우리 챔프를 고민하다가 미드 밴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 그러면 바이-직스가 연계하기 좋으니까 하자고 마음을 정했다.”
김정수 감독은 4라운드 승리는 기쁘지만, 단지 한 경기의 승리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당연히 승리하면 기분 좋다. 그러나 결승전과 더 큰 무대인 롤드컵에서도 이기는 게 중요하다”며 이후 큰 무대에서 승리를 위해 게속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