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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계속 실업수당 청구 3년9개월 만에 최대…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중앙일보

2025.08.08 01:26 2025.08.0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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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대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고용 둔화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공식 발효한 가운데 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번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지난달 20~26일 기준 197만4000건이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트럼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 초 185만 건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증가했다는 건 새 일자리를 바로 찾지 못하는 실업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지난 1일 공개된 지난달 7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도 약 7만3000개에 그치면서, 시장 전망치(10만 명 증가)를 한참 밑돌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지난주(지난달 27일~이달 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2만6000건으로, 전주 대비 7000건 늘었다. 다우존스 전문가 전망치(22만1000건)보다 높은 수치다. 노동부는 그 전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1만8000명에서 21만9000명으로 수정해 다시 발표했다. 다만 증가 폭이 1만 건 아래인 건 10주째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고용주들이 대거 해고에 나서진 않지만 채용을 늘리는 데 주저해 실업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몸 사리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일 발표된 미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6월 제조업 신규 수주 건수는 6117억달러(약 849조4066억원) 규모로, 전월 대비 4.7% 감소했다. 알루미늄·철강 등 관세가 25%에서 50%로 인상되는 등 제조업체의 원자재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준홍 기자
실제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로 5개월째 50선 아래다. PMI는 매달 제조업 등 분야의 동향을 설문조사해 산출하는 지표로, 기준선인 50보다 낮으면 시장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특히 PMI 고용 지수는 43.4로 전달 대비 1.6포인트 하락하면서 6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무역 정책의 변동성이 커지며 관세 인상에 민감한 건설·제조 등 고용주들이 수입 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채용과 사업 확장 계획을 중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 등 경기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관세 여파로 물가는 되레 오름세다.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로 4월(2.3%)과 5월(2.4%)에 이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달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1년 뒤 예상 인플레이션 수준 추정치는 3.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5년 뒤 예상 인플레이션 수치는 2.9%로,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발효된 관세에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 관세까지 더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김경진 기자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대신할 차기 의장 후보군을 3명으로 줄였다고 발표했다. 관세 변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확인하기 전까진 기준금리를 묶어두겠다고 한 파월 의장을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의견을 냈던 크리스토퍼 윌러 이사가 (Fed 의장) 후임으로 유력하다”고 전했다. 매파(통화 긴축 성향) 인사로 꼽혔던 아드리아나 쿠글러가 Fed 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뒤 후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꼽혔던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지명된 점도 금리 인하설에 무게를 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다음 달 FOMC에서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을 94.9%로 예상했다.

이에 물가는 오르지만 경기는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보음이 월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0년대 후반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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