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시장이 요동쳤다. 미국 정부가 1kg짜리 수입 골드바(금괴)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일(현지시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534.1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종가(3453.7달러)보다 2.3% 급등했다. 장 중 역대 최고가다. 이와 달리 국제 현물가 기준(벤치마크)인 런던거래소의 금값(현물)은 이날 330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그 결과 뉴욕 금 선물 가격은 현물가보다 최대 125달러 이상 비싼 ‘프리미엄’이 붙었다. 블룸버그통신 “이런 가격 변동 폭은 이례적인 현상이며, 올해 초 (금에 대한) 미국 관세 부과 우려로 금값 변동이 심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뉴욕 금 선물 가격이 단숨에 치솟은 것은 ‘미국 정부가 금에도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세관 국경보호국(CBP)의 지난달 말 통관 결정서를 확인한 결과 1kg 골드바와 100온스(약 3.1㎏) 골드바가 관세 부과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금 관련 업계는 그동안 1kg짜리 골드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마트폰 크기의 1kg짜리 골드바는 세계 최대 금 선물 시장으로 꼽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주로 거래되는 형태다. 이날 금 선물 가격이 급등한 것도 관세 영향으로 앞으로 금값이 치솟을 수 있다는 투자자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JP모건에서 귀금속 트레이더로 활약했던 로버트 고트리브는 블룸버그에 ”금은 전 세계 중앙은행이 비축자산으로 활용하고 거래한다“며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 등 누구도 금에 관세를 매길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에도 관세를 매기면 세계 최대 금 정제 국가인 스위스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스위스는 39%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아 이미 비상이다. FT에 따르면 스위스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미국에 615억 달러의 금을 수출했다. 여기에 39% 관세율이 적용되면 240억 달러의 추가 관세가 붙는다는 의미다. 스위스 귀금속 제조ㆍ유통업체 협회의 크리스토프 빌트 회장은 “이런 관세 부과 결정은 미국과 스위스 간 금 무역에 또 다른 타격을 가했다”며 “미국도 관세로 인해 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뉴욕의 금 선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관세 부과보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에 대한 관세 부과는 품목 관세보다 국가 간 대응에 따른 상호관세에 가깝고 이조차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최근 부진한 고용지표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점이 (뉴욕 선물시장에서) 금값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