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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에 '연내 헤즈볼라 무장해제' 못박은 레바논

연합뉴스

2025.08.08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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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20일 내 중화기 해체' 시간표…헤즈볼라 반발
미국 압박에 '연내 헤즈볼라 무장해제' 못박은 레바논
美 '120일 내 중화기 해체' 시간표…헤즈볼라 반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바논 정부가 미국의 뜻대로 올해 안으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절차에 신속히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수교하는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목표로 레바논 정부를 채근하고 있지만 헤즈볼라가 격렬히 반발하면서 결과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국영 NNA 통신에 따르면 전날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특사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가 제시한 헤즈볼라 무장해제 방안을 승인했다. 지난 5일 나와프 살람 레바논 총리가 "올해 말까지 무기 사용을 정부군으로 한정할 것"이라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11개 조항으로 구성된 미국 제안은 ▲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을 위해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의 이행과 레바논 전역에서 국가의 무기 독점 ▲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등 비정부 무장단체의 점진적 철수 등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유지 중인 전초기지 5곳 철수 ▲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명확히 표시 ▲ 레바논·시리아 영구적 국경 설정 등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미국은 15일 내로 레바논 정부가 올해 12월31일까지 헤즈볼라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약속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하고, 60일 내로 구체적인 이행에 착수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90일 내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전초기지에서 철수하고, 120일 안에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등 헤즈볼라가 보유한 중화기를 모두 내려놓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배럭 특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레바논 내각이 역사적이고 과감하며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을 축하한다"며 "레바논에서 '하나의 나라, 하나의 군대'라는 해결책이 마침내 실행에 옮겨졌다"고 환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레바논의 경제 발전과 평화를 돕겠다고 했다며 "약속이 만들어졌고,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는 미국 무장해제 시간표에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5일 헤즈볼라를 이끄는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침략 하에서는 제시된 어떤 시간표도 동의할 수 없다"며 "헤즈볼라를 약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전날 내각 회의에선 헤즈볼라 진영에 속한 장관 4명이 논의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AFP 통신은 "각 종파가 권력을 분점하는 레바논에서 시아파 장관들이 각료회의에 불참한 것은 정부 결정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에 힘을 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시내에서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레바논은 크게 마론파 기독교,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가 권력을 분점하는 구조다.
헤즈볼라는 1982년 당시 레바논과 전쟁하던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명분으로 이란이 후원해 창설됐다. 25년간 이어진 레바논 내전이 1990년 종식된 이후에도 무기를 내려놓지 않은 유일한 조직이다. 레바논 정계에도 진출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를 겨냥해 지상전에 돌입했다가 작년 11월 미국과 프랑스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직 레바논 남부에 전초기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헤즈볼라가 리타니강 북쪽으로 철수한다는 휴전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발적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이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병력을 완전히 물릴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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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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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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