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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하노이, 전기오토바이로 '최악 대기오염' 벗어날까

연합뉴스

2025.08.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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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부터 도심지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 금지 '강수'
[특파원 시선] 하노이, 전기오토바이로 '최악 대기오염' 벗어날까
내년 7월부터 도심지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 금지 '강수'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지난해 3월 말 베트남 하노이 특파원으로 부임한 기자가 처음 접한 하노이의 첫인상은 숨 막힐 듯한 뿌연 하늘, 그리고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캐한 배출가스였다.
자연히 이들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대체하기만 해도 대기오염 문제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생각은 대체로 비슷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이런 생각이 실행에 옮겨진다.
지난달 베트남 정부는 내년 7월부터 하노이 도심지 약 31㎢ 구역에서 화석연료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는 대기오염 대책을 내놓았다.
이어 2028년 1월부터 적용되는 2단계 대책에서는 금지 구역이 더 확대되고 일부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도 제한된다.
이처럼 내연기관 교통수단의 운행을 막는 것은 베트남에서 처음 도입되는 조치다. 하노이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을 넘어 '위험' 수준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초 하노이의 초미세먼지(PM2.5) 일간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안전 권고 기준의 무려 18배 가까운 266µg/m³까지 치솟아 세계 최악을 기록했다.
하노이시는 대기오염 물질의 절반 이상이 내연기관 자동차·오토바이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하노이 시민 약 850만 명이 보유한 오토바이가 약 700만 대에 이를 정도로 오토바이는 하노이 서민들의 대표적인 발이다.
버스 등 대중교통 시스템이 현재 하노이 전체 교통 수요의 약 18%만 충족할 정도로 태부족한 상태여서 오토바이가 없는 하노이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 중 전기 오토바이 비중은 아직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 하노이 도심지를 드나드는 오토바이 운전자는 남은 약 1년 사이에 전기 오토바이로 갈아타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전기 오토바이를 장만하는 비용이다. 전기 오토바이 가격 자체는 내연기관 오토바이보다 대체로 비싸지는 않다.
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 다수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임을 고려하면 멀쩡한 기존 오토바이를 헐값에 중고로 팔고 저가 기종이라도 대당 가격이 최소 1천만 동(약 53만원) 이상인 전기 오토바이를 사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많은 가정이 최소 두 대 이상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부 당 투이 하인(52)씨는 가족의 스쿠터 4대를 모두 전기 오토바이로 바꾸려면 8천만 동(약 425만원)을 들여야 한다면서 "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우리에게 먼저 부담을 주는 것이냐"고 AFP통신에 반문했다.
많은 오토바이가 배달·택시 등 용도로 쓰이는데, 한 차례 충전으로 약 60∼80㎞를 가는 전기 오토바이가 이에 적합하지 않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베트남에 오토바이 택시 일을 하는 부이 반 꽁(36)씨는 하루 100㎞ 가까이 주행하며 약 50만 동(약 2만7천원)을 벌어 먹고산다.
꽁씨는 전기 오토바이의 경우 지속적으로 충전해줘야 하므로 단거리 주행에만 편하고 "내 일에 필요한 하루 수백 ㎞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말했다.
또 "많이 못 벌고 돈 나갈 일은 태산"이라면서 최소 3천만 동이 넘는 새 전기 오토바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하노이 주택 다수를 차지하는 낡고 좁은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가 아직 미미한 것도 걸림돌이다.
하노이 중심가인 꺼우저이 주민 응우옌 린은 "(집)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충전할 수 없다"면서 "충전하려면 쇼핑센터에 가야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불편하다"고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말했다.
이에 당국도 이런 현실적인 장벽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하노이 당국은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하는 사람 1인당 최소 300만 동(약 16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버스 운행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도심지와 노후 주택 단지 등을 중심으로 충전소 설치 후보 지역을 파악해 설치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다만 웬만한 보완책으로는 1년 동안 수백만 명이 전기 오토바이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기 쉽지 않아 보여 이번 정부 정책이 일정대로 실행될지 주목된다.
오토바이 배달원인 레 반 틴(58)씨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이번 통행 금지령은 가난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면서 "수백만 대의 휘발유 오토바이를 어디에 버리겠다는 것이냐. 내년은 물론이고 5년 뒤에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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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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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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