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이석우 기자]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린다. 홈팀 롯데는 나균안이, 방문팀 SSG는 최민준이 선발 출전한다.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투수 벨라스퀘즈가 사직야구장에서 김원중과 얘기를 하고 있다. 2025.08.08 / [email protected]
[OSEN=조형래 기자] “롯데스럽지 않은 결정을 했다.”
한 관계자가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를 보며 한 말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7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올해 10승에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하고 있었던 터커 데이비슨을 웨이버 공시하고 빅리그 38승 경력의 빈스 벨라스케즈(33)를 영입했다.
모험적인 선택이었다.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하고 있고 상위권과 하위권 팀들 간의 격차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또 적지도 않은 4~5경기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현상유지도 가능했다. 일단 데이비슨의 성적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데이비슨의 최종 성적은 22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65(123⅓이닝 50자책점).
2017년 이후 8년 만의 가을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하지만 가을야구에서 데이비슨의 모습이 인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동안의 퍼포먼스가 부족했다. 기록은 괜찮았지만 이닝 소화력이 떨어졌고 위기상황에 몰렸을 때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운영 능력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시즌을 함께 완주해도 충분한 성적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과거의 롯데였다면 충분히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달라졌다. “롯데스럽지 않은, 하이리스크를 감수한 결정”이라고 말하는 관계자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동안 롯데는 승부를 봐야 할 때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골든 타임’을 놓치고는 했다. 그렇게 시즌을 그르치고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들이 많았다. 내부적으로도 이런 ‘현상유지’ 판단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의 현장은 데이비슨에 대한 아쉬움을 5~6월부터 표현하기 시작했고, 구단도 그동안 축적해 놓은 외국인 선수 데이터와 리스트를 김태형 감독과 함께 검토하며 협상에 착수했다.
김태형 감독은 “데이비슨도 잘 해줬지만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풀어가는 능력, 이닝 소화력이 아쉬웠다”면서 “반즈 때도 힘들 것 같다고 얘기를 했고 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발 빠르게 움직여서 레스트를 빨리 빨리 보여줬다. 물론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 선수는 거의 못 오긴 했다. 선택지가 좁긴 했는데 그래도 구단이 빨리 움직여줘서 잘 처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준혁 단장을 비롯한 롯데 스카우트팀은 조용히 데이비슨의 교체를 물밑에서 준비했다. 6월에는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외국인 선수 협상을 지휘하기도 했지만, 155km 이상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1순위 선수는 결국 메이저리그에 콜업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작업을 이어갔고 박준혁 단장이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던 벨라스케즈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일단 선발 투수로서 경험은 풍부하다. 빅리그에서 꽤나 많은 기회를 받았다. 010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라운드로 지명 받고 2015년 데뷔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에서 활약하며 통산 191경기(144선발) 38승 51패 평균자책점 4.88의 성적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은 없지만 올해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트리플A 콜럼버스 클리퍼스 소속으로 18경기(18선발) 81⅔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남기고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33만 달러(약 4억5000만원)의 연봉은 현재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의 최대치다. 이적료까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롯데는 벨라스케즈에 올 시즌을 걸었다.
10승 투수를 교체한 것부터 일단 모험이고, 현재 벨라스케즈의 상황을 보면 도박이었다. 2023년 5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2010년 첫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13년 만에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이미 30대에 접어든 나이에 수술했다. 의학 기술과 재활 절차가 많이 발달됐다고 하더라도 수술에 대한 리스크는 언제나 크다. 벨라스케즈는 수술 이후 지난해까지 1년 넘게 실전에서 공을 던지지 못했다.그리고 올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트리플A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당장 시즌 초반에는 수술 이후 첫 시즌인 만큼 이닝과 투구수 관리를 했다. 이제 빌드업은 끝났다. 투구수 90개는 충분히 던질 수 있는 몸이 됐다. 가장 최근 경기들에서는 평균 93.9마일(151.1km)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을 기록했다. 이닝이터 성향을 생각하면, 경기 스태미너를 생각해야 하는데 구단은 최근 벨라스케즈의 첫 이닝과 마지막 이닝의 구속과 무브먼트 등 데이터적인 세부지표도 모두 확인하고 영입을 결정했다.
박준혁 단장은 “감보아로 교체를 할 때도 지켜봤던 선수다. 하지만 당시에는 팔꿈치 수술 이후 첫 시즌의 초반이었다.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꾸준히 지켜봤다. 시장에 나온 선수들 보다는 현재 선수의 상황과 빅리그 구단들에서 풀어줄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며 벨라스케즈 영입의 비화를 설명했다.
벨라스케즈를 영입하면서 롯데는 도박과 모험을 건 가을야구 여정이 시작됐다. 이제는 에이스가 된 감보아가 영입이 되면서 롯데는 확실하게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주전들의 줄부상 행진 속에서도 상위권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꾸준히 지켜봤던 벨라스케즈가 롯데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끌어올리고 3위 이상의 순위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