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5, 레알 마드리드)의 상황은 최악으로 향하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9일(이하 한국시간) "불과 1년 전 세계 축구계 '정점'에 서 있었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5, 레알 마드리드)가 이제는 주전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발롱도르 좌절, 계약 협상 난항, 그리고 새 감독과의 불완전한 출발까지 겹쳤다"라고 전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왼쪽 윙어로 주로 뛰며, 오른쪽에서도 뛸 수 있지만 파괴력이 크게 떨어진다. 압도적인 주력과 순간 가속력, 균형감각, 민첩성을 기반으로 한 드리블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았다.
2021년 이후 볼 컨트롤과 템포 조절 능력이 향상돼 이지선다 플레이와 연계 능력까지 갖춘 완성형 크랙으로 성장했다. 초창기 골 결정력은 좋지 않았으나 카를로 안첼로티 체제에서 카림 벤제마와의 호흡으로 개선됐고, 킥과 마무리 능력도 향상됐다.
수비 가담이 적극적이며, 거친 파울에도 쉽게 부상당하지 않는 내구성을 보유했다는 것도 장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토너먼트에서 강한 '클러치 능력'을 발휘해 중요한 경기에서 팀을 이끌었다.
문제는 2021-2022시즌 이후 과격한 견제와 인종차별로 예민해져 과도한 보복성 행동과 비매너 플레이가 늘었다는 점이다. 시즌 내 기복이 심하고, 브라질 대표팀에서는 일관되게 저조한 폼을 보여 국가대표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 멘탈 문제와 국가대표 부진은 발롱도르 수상 등 커리어 성취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23-2024시즌, 비니시우스는 라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 39경기에서 35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의 핵심 공격수로 군림했다. 킬리안 음바페가 합류했을 때조차 팬들은 "왼쪽은 비니시우스의 자리"라고 주장했다. 구단 역시 사우디의 거액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새 시즌 초반 그는 발롱도르 유력 후보였다.
2024-2025시즌은 달랐다. 세간의 기대와 달리 팀은 세 개 주요 타이틀(라리가·챔피언스리그·코파 델 레이)을 모두 놓쳤고, 비니시우스의 개인 성적도 하락했다. 발롱도르 수상에 실패한 뒤 받은 FIFA '더 베스트' 트로피는 위안이 되지 못했다. 설상가상, 시즌 후반부터 이어진 재계약 협상이 꼬이면서 경기력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베르나베우에서 일부 팬들은 그의 플레이에 야유를 보냈다.
디 애슬레틱은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1월부터 비니시우스 측과 재계약 협상에 돌입했다. 그는 2022년에 2027년까지 계약을 연장했고, 현재 연봉은 보너스를 포함해 약 1,700만 유로(약 275억 원)다. 구단은 이를 2,000만 유로로 올리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비니시우스 측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시절과 맞먹는 '역대 최고 수준'인 3,000만 유로(약 486억 원) 패키지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기본 연봉, 성과급, 그리고 레알에서 전례 없는 '재계약 보너스'까지 포함돼 있었다"라고 알렸다.
이어 "구단은 비공식적인 '연봉 상한선'(약 2,000만 유로)을 깨는 것에 부정적이었고, 특히 재계약 보너스 도입에는 선을 그었다. 여기에 경기력 부진이 겹치며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스페인 현지의 다수 언론은 "재계약 임박”이라고 보도했으나, 선수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 후 부임한 사비 알론소 감독은 클럽 월드컵에서 팀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디 애슬레틱은 "비니시우스와의 첫 관계는 매끄럽지 않았다. 그는 미국 프리시즌 5경기에서 1골 1도움(모두 잘츠부르크전)에 그쳤고, 알론소 감독은 PSG와의 클럽 월드컵 준결승에서 벤치를 계획했다. 그러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비니시우스는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다"라고 짚었다.
이어 "비니시우스는 오랫동안 지켜온 '왼쪽 자리'를 잃은 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알론소 감독은 '비니시우스는 열정적인 선수고, 좋은 마음을 지녔다. 다만 그를 가장 잘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내부에서는 '이 상태로 계속하면 대체 불가 자원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라며 구단과 선수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알렸다.
레알 마드리드 내부는 비니시우스와 음바페를 모두 활용하는 공격 구상을 갖고 있지만, 경기력 회복이 전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구단·팬·팀 모두 부진한 비니시우스를 대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그에게 압박이 된다.
2023-2024시즌까지만 해도 '발롱도르 후보'였던 비니시우스. 하지만 발롱도르 좌절, 계약 갈등, 포지션 이동은 그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곧 개막하는 라리가 새 시즌, 그는 다시 '레알의 왼쪽'을 되찾을 수 있을까.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