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윤성빈(26)에게 2025년은 잊지 못할 해로 남을 수 있을까. 윤성빈에게 성공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불펜 필승조로도 충분한 모습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윤성빈은 지난 8일 사직 SSG전, 0-1로 뒤진 8회초 등판했다. 사실상 필승조가 등판해야 하는 상황에 윤성빈이 투입됐다. 이제 김태형 감독도 윤성빈을 필승조로 사실상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의 선택이 무색하지 않게, 윤성빈은 나무랄 데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박성한-에레디아-최정으로 이어지는 SSG의 만만치 않은 상위 타선과 마주했다.
하지만 윤성빈은 이들을 오히려 힘으로 압도했다. 선두타자 박성한에게 초구 153km 패스트볼, 156km 패스트볼을 연달아 던져 2S를 선점했다. 그리고 3구째 143km 포크볼을 던져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후속 에레디아를 상대로는 초구 156km의 패스트볼로 제대로 붙었다. 에레디아도 패스트볼을 예상한 듯, 과감하게 휘둘렀지만 공이 먼저 지나갔다. 에레디아는 ‘오호라?’라는 표정의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후 윤성빈은 156km의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볼이 됐고 3구째 다시 패스트볼을 던져 3루수 땅볼로 유도하는 듯 했다. 하지만 3루수 손호영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문제는 이 때부터. 윤성빈의 슬라이드 스텝과 견제 등 주자 억제력을 확인해야 했다. 필승조 투수들이라면 당연히 완벽하게 갖춰져야 하는 부분들이다. 그런 부분도 윤성빈은 완벽했다.
최정의 타석이었기에 뛰지 않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견제도 하며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도 이겨나갔다. 그리고 최정을 상대로도 155km 패스트볼, 143km 포크볼로 2S를 선점했다. 이후 볼 2개가 나왔지만 다시 한 번 144km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주자가 나가도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한유섬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다시 한 번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불펜으로 나선 11경기 전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점점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게 눈에 보인다. 당장 최준용이 어깨 회전근 염증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은 또 한 명의 필승조 투수를 윤성빈으로 낙점한 모양새다.
9일 사직 SSG전이 우천 취소된 이후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감독은 “지금 내가 볼 때는 자신감 붙었다. 그 정도 구위에 포크볼을 그렇ㄱ 떨어뜨리면…완전 필승조인데?”라고 껄껄 웃으면서 “정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펜 전환이 ‘신의 한 수’ 였다고 밝혔다. 사실 윤성빈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준비를 했고 지난 5월 20일 사직 LG전에서 1군 선발 복귀전을 치렀다. 그런데 1이닝 4피안타 6볼넷 1사구 2탈삼진 9실점으로 무너졌다.
김태형 감독은 윤성빈의 재능이 이렇게 썩혀지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마음 아파했다. 결국 어떻게든 다시 윤성빈의 재능을 만개시키기 위해 불펜 전환을 준비했고 2군에서 김상진 문동환 코치, 그리고 퍼포먼스 팀의 임경완 코치까지 다 달라 붙어서 윤성빈을 불펜 투수로 정착시키기 위해 애썼다.결국 1군에 다시 올라왔고 어느덧 불펜으로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 158km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에 145km까지도 나오는 포크볼까지. 괴력의 피칭에 KBO 최정상급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타자들의 컨택이 아예 안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 윤성빈이 마운드에서 힘으로 압도한다. 컨택이 되더라도 정타가 안 나온다. 윤성빈이 삼진으로 돌려세운 타자들의 면면을 봐도 올해 윤성빈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불펜 전환 이후 윤성빈은 김도영과 최형우(이상 KIA), 맷 데이비슨(NC), 최정(SSG)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리그 홈런왕과 MVP 등 윤성빈의 자신감이 쌓일 수밖에 없는 타자들이다.
김태형 감독은 “정말 불펜으로 잘 돌렸다. 2군에서 썩 안 좋은 상태에서 1군에서 써볼까 한 게 아니라 2군에서도 선발 실적이 좋았지 않나”라며 “그런데 1군에서 그렇게 안 좋았으니 본인이 얼마나 상심했겠나 나 역시도 그랬다. 그래서 중간에서 나오는 게 더 편할 수 있다고 해서 중간에서 계속 잘 던지더라. 선발은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중간에서 한두 타자 못 던지면 또 바로 나오면 되니까, 그게 더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 롯데는 더 이상 필승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윤성빈의 연이은 호투에 김태형 감독은 성적 이상의 만족감을 얻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