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늘면 육아 고민도 깊어집니다. 말 안 듣고 떼쓰는 아이를 마주해야 하는 순간도 늘어나니까요. 마음먹고 훈육을 하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훈육하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 반응을 보니 효과도 별로 없고, 상처만 주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우리 아이가 금쪽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훈육,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육아가 좀 더 수월해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런 고민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양육자들을 위해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나섰습니다. 조선미·오은영·하정훈·홍순범·지나영 등 손꼽히는 소아 전문의들을 찾아갔습니다. 권위 있는 전문가들에게 육아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는 훈육의 원칙을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쪽이’가 문제아라고요? 그렇지 않아요. 아이의 문제는 암 진단하듯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발달상 아직 특정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죠. 도와주고 기다려줘야 해요. "
“요즘 육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오은영아카데미의 오은영 원장은 금쪽이 이야기를 꺼냈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그는 “본질은 달라진 게 없는데,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현저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2020~) 방영 이후 ‘금쪽이=문제아’란 프레임이 생겨나고, 문제 유무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편 가르기 문화가 확실히 심해졌다”고 했다.
오은영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육아 대통령’이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2005~2015), EBS ‘생방송 60분 부모’(2008~2014) 등 다양한 육아 프로그램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수많은 양육자를 만났다.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의 화해』 등 그동안 펴낸 책만 10여 권에 달한다. 그런 그가 편 가르기 문화를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식의 접근 방식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지난달 22일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오 원장을 직접 만나 물었다.
🏷️정상? 비정상? 난무하는 ‘꼬리표’
양육자들이 ‘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솔루션 중심 육아 프로그램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심리 상담을 받고 정신과를 찾아가 약을 먹어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때 찾는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기도 하다. 금쪽이를 둘러싼 찬반론도 여기서 비롯된다. 누군가는 오 원장이 내놓는 명쾌한 솔루션에 환호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육아에 대한 공포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Q : 육아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A :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단시간에 바뀌지 않아요.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의 생각이 쌓여온 결과죠. 우리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척도이기도 하고요.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걷어내려면, 아이와 문제를 구분해야 해요. 문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문제아는 아니잖아요. 지극히 평범한 아이도 문제 행동을 할 수 있어요.
Q : 이를 테면요?
A : 허구한 날 우는 아이가 있다고 해볼게요. 아이가 두 돌 미만이라면 우는 게 당연해요. 아직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나이니까요. 하지만 일곱 살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죠. 그렇다고 이 아이를 두고 비정상이라고 하나요? ‘발달상 문제가 있구나’라고 생각해야죠. 아이 문제는 정상과 비정상 같은 이분법으로 나누면 안 돼요.
Q : 이분법으로 구분하면 안 되는 이유는 뭔가요?
A : 모든 문제가 발달과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요. 문제를 연속선상에 놓고 보는지 여부에 따라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요. 예를 들어 암처럼 특정 질병이 있다, 없다로 나뉘면 그 질병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잖아요. 그런데 발달단계상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기다려줄 수 있죠. 없애버려야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또래 아이보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채워줄 수도 있고요.
Q : 금쪽이 중에서는 문제 행동의 수위가 제법 높은 경우도 있어요.
A : 양육자에게 소리를 지르든 주먹을 휘두르든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살펴봐야 해요. 언어 발달이 느려서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걸 수도 있고, 불안이 너무 높아서 타인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걸 수도 있거든요. 그런 아이를 다그친다고 고쳐질까요?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 둔다”라고 윽박질러도 소용없어요. 언어 자극을 늘려주고, 불안이 사라진 경험을 하게 도와줘야죠.
Q :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 통하는 솔루션이라는 지적도 있어요.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A : 그 역시 발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예요. 아이들은 모두 심장을 가지고 태어나요. 크기만 작을 뿐 기능은 다 갖추고 있죠. 그래서 몸이 커지면서 심장 크기도 커지지만 기능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정서 발달은 그렇지가 않아요. 희로애락 같은 감정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것을 잘 느끼고 표현하고 다루려면 따로 배워야 해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이런 부분을 잘 가르쳐줘야 하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문제라는 걸 인정해야 서로 이해하고 비난하지 않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