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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유일무이 무기로 반격"…이번엔 메모리 1위 탈환 작전

중앙일보

2025.08.09 14:00 2025.08.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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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간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DS)부문 삼형제가 나란히 웃을 수 있을까. 오랜 침묵을 깨고 테슬라·애플 수주를 따낸 파운드리 사업부, 수주한 애플 이미지센서(CIS)를 설계할 시스템LSI 사업부는 일단 반등 기회를 잡았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DS부문 ‘맏형’ 메모리사업부로 쏠린다. 33년 만에 빼앗긴 세계 메모리 1위 타이틀을 올 하반기에 삼성이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인공지능(AI) 산업 필수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삼성전자 점유율은 올해 2분기 17%(카운터포인트리서치). 1년 전 41%에서 급락했고 결국 전체 메모리 매출 1위 자리마저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절치부심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일단 고개를 숙이고, 유일무이한 무기로 반격”하겠다는 전략이다.



HBM3E 출혈 감수…가격 승부로 판 뒤집기

삼성전자 HBM3E D램. 사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5세대 HBM(HBM3E) 시장에서 삼성은 가격 공세로 반전을 노린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을 동시에 예고했다. 김재준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 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하반기 HBM3E 판매량을 상반기 대비 상당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면서도 “수요 성장 속도를 상회하는 공급 증가로 당분간 시장 가격에도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HBM3E 공급을 늘려 가격 하락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삼성전자는 AMD와 브로드컴 등에 HBM3E를 공급 중이지만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 공급망에는 여전히 진입하지 못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엔비디아에 HBM3E를 처음 납품한 이후 줄곧 최대 공급사 지위를 유지하며 실적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열린'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전시된 HBM4·HBM3E에 "젠슨은 SK하이닉스를 사랑해!"(JHH LOVES SK HYNIX!) 사인을 남겼다. 연합뉴

상황이 이렇자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점유율 확대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AI와 연관된 HBM의 중장기 수요 성장성과 해당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HBM3E 수요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뚫지 못한 엔비디아 공급망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이은 세 번째 공급자가 된 형편이라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만큼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저가 공세로 기존 공급망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의 시장 진입 자체는 기정사실”이라며 “SK하이닉스의 추가적인 점유율 상승은 산술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메모리’ 삼성, HBM4 승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차세대 HBM은 차별화 전략이 핵심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메모리 전시회 ‘FMS 2025’에서 삼성전자는 “맞춤형 HBM 시장을 삼성의 미래를 위한 무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10나노 6세대 D램(D1c)을 적용한 HBM4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SK하이닉스가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더 먼저 공급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성능에서 우위를 자신한다. 양사의 엔비디아 테스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D1c 제품의 수율이 상당 부분 개선됐고 HBM4의 품질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삼성전자의 HBM4가 내년 엔비디아 제품에 탑재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갖추지 못한 ‘통합 솔루션’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HBM3E와 달리 HBM4부터는 일부 공정에 초미세 공정이 적용된다. 메모리 업체들이 HBM4를 파운드리 업체와 함께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제조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어 HBM4 공정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에 초미세 공정을 맡기고 있다.

올해 초 한진만 DS부문 파업드리 사업부장(사장)은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동시에 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삼성이 유일하다”며 “아직 시장에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만큼 향후 메모리와 파운드리 간의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테슬라 AI 칩 수주가 메모리 사업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칩은 추론 과정에서 메모리 병목 때문에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칩 설계와 메모리 간의 긴밀한 결합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생산할 테슬라의 ‘AI6’ 칩은 자율주행차, 로봇, 수퍼컴퓨터 등에 두루 탑재되는 만큼 고사양 메모리가 요구된다. 결국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더해 테슬라 공급까지 확대된다면 메모리 부문의 실적 회복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가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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