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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슨 "숫자보다 역량 중요"…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시사

중앙일보

2025.08.09 20:29 2025.08.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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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서해에서 영향력 확장을 꾀하는 중국의 이른바 ‘내해화’ 시도에 대해 “한국의 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하며,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we can't allow)”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최근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중 견제로 확장하려는 ‘동맹의 현대화’를 한·미가 협의 중인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역할 및 규모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선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군사적 역량이 중요하다”고 설명,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 주한미군사령부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기지 내에서 취임 후 처음 진행한 국내 언론 간담회에서 중국의 최근 서·남해 지역의 군사 행동과 관련한 한·미의 대응 조치에 대해 “상세히 밝힐 순 없지만, 우리는 서해와 관련해 특정 조치를 하고 있다(doing something about that)”며 이처럼 말했다.

중국은 최근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최신형 항공모함 푸젠(福建)함을 띄워 군사 훈련을 하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를 대한해협 동수로를 통과 비행 시키는 등 군사적으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서해 PMZ엔 어업용으로 주장하는 구조물을 설치하고 군함을 보내 내해화 시도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이러한 (중국의)자산들을 감시·감지·이해하고, 심지어 표적화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압도적”이라면서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서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회색지대 도발과 관련, 미국 역시 한국과 함께 대응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는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기지로 활용하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중국이 보유한 ‘전과’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브런슨 사령관은 “서해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 등)남중국해와 섬뜩할 만큼(eerily) 유사하다”며 “다른 나라들의 행동에 의해 한국의 주권이 침해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유념해야 하며, 이는 우리가 허용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최근 중·러 해군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연안에서 진행한 연합훈련도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주한미군사령부


"주한미군 변화 필요…숫자 아닌 능력 변화"

그의 인식은 미 정부가 최근 동맹의 현대화 구상을 통해 주한미군의 성격을 대중 견제 차원으로 확대 또는 변화시키려는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사령관으로서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라면서 “주한미군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치 전력 등 역량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2만 8500명으로 묶여 있는 주한미군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암시로 볼 여지도 있다. 그는 역량 강화를 위해 5세대 전투기(F-35) 배치 등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주둔 병력 규모를 줄여도 첨단 자산 배치를 통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는 조만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조정 문제가 논의될 것이냐는 질의에도 “무엇이 논의될지는 모르지만, 관련한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순전히 숫자에 대한 논의는 아닐 것이고 임무를 위해 가용한 능력에 대한 논의가 될 것이란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이 주요 위협으로 북·중·러를 지목하며 “한·미동맹을 맺을 때 (상호방위조약 등)어떤 협정에도 특정 적대 세력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시대에 따라 역내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주체는 달라질 수 있고, 지금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할 때라는 게 미국이 요구해온 동맹 현대화의 전제이기도 하다.

그는 다만 “모든 정부는 자국 이익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미국이 대만을 지원하면 한국도 함께 해야 한다’는 식의 요구가 결정된 것처럼 여길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가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북한에 대비해 더욱 큰 역할을 발휘하라는 것이고,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동맹을 현대화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국이 대북 방어라는 필수적인 자체 역량 확보를 기반으로 큰 틀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기여하라는 미 국방부 차원의 요구와도 일치하는 인식이다.


"패트리엇 돌아올 것, 5세대 전투기로 공백 메워"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4월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3개 포대와 부대원들이 중동으로 이전한 것을 전세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예시로 들기도 했다. 그는 처음 이전 명령을 받았을 때 유엔사와 한·미 연합사 사령관으로선 “속상했다(upset)”면서도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패트리엇의 이동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패트리엇 부대가)언제 돌아온다고 말하기 보다 그들은 한반도로 돌아올 것이라고만 하겠다”며 “지난 6개월 동안 한반도에서 5세대 전투기들이 대공 방어 부대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도 했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F-35B와 F-35C 등이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다.


그는 “이처럼 전력을 시간, 공간, 필요에 따라 배치할 수 있는 역량이 바로 전략적 유연성”이라며 “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군사적으로 실용성이 떨어지며, 우리가 하나의 임무 외에 다른 임무도 수행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난달 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된 모습. 연합뉴스


"전작권 전환, 기존 계획대로 해야"

이재명 정부 들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의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미래를 알 순 없지만 한·미는 조건을 기초로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이 있다”며 “우리가 설정한 방향대로 추진하면 잘 되겠지만 지름길을 택하면 한반도 전력의 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두르는 것은 어느 쪽에도 이롭지 않다”라고도 했다.


한·미가 8월 을지자유의방패(UFS) 연합연습 기간 야외실기동훈련(FTX) 일부를 9월로 조정한 것과 관련, 브런슨 사령관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합참의장이 남부 지방의 수해 복구에 군 장병을 투입해야 한다며 연합훈련의 조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재해 복구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내가 막을 수는 없다”며 “연습을 일부 조정했으나 준비태세를 위한 연습을 온전히 할 것이며, 나도 결정에 관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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