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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동안 피의자 2명 사망…전북경찰청 수사 중 무슨 일이 [이슈추적]

중앙일보

2025.08.09 21:25 2025.08.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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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필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이 지난 4월 29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북 전주와 경기도 남양주, 대전 등 주택 재개발 조합의 임대아파트 사업권과 관련해 8억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주택 재개발 조합장과 임대 사업자 등 9명을 검거해 이 중 7명을 구속 송치하고, 2명을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스1


‘뇌물공여’ 피의자 40대 업자, 숨진 채 발견

전북경찰청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각각 다른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 2명이 나흘간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강압 수사’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10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익산 모 콘크리트 업체 대표 A씨(40대)는 지난 7일 오후 6시쯤 완주군 봉동읍 한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익산시 간판 정비 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익산시 5급 공무원(사무관) B씨(50대)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A씨를 입건해 조사하던 중이었다. 경찰 현장 감식 결과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도대체 A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익산시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익산시가 2020년부터 공모로 진행해 온 간판 정비 사업을 여러 업체가 가입한 특정 조합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강제 수사였다. 첫 번째 압수수색 당시 익산시 계약 담당 부서장인 B씨는 부하 직원을 통해 본인 승용차를 옮기려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B씨 차 안에선 수천만원어치 돈뭉치와 지역사랑상품권이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현금의 출처를 캐기 위해 지난 3일 익산시 간판 정비 사업에 참여했던 업체 4곳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에 A씨 업체도 포함됐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1월 7일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판 사업 몰아주기 의혹’ 익산시청 2차례 압수수색

A씨는 압수수색 당일 경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강압 수사’ ‘별건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숨지기 전 지인과의 통화에서 “경찰이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하거나 부모님을 회사 임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준 사실을 언급하며 ‘탈세 목적 아니냐’ 등의 말을 해 압박감을 호소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A씨에게 이번 사건과 무관한 질문으로 겁을 줘 원하는 진술을 얻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익산시 내부에선 “B씨도 압수수색 당시 사무실에서 3시간 가까이 수갑을 찬 채 진술 조서를 작성했다”는 목격담이 흘러나와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경찰관은 자살·자해·도주·폭행의 우려가 없는 한 조사 중인 피의자의 수갑·포승 등을 해제해야 한다. 경찰은 뇌물수수·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B씨를 지난 6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와 함께 B씨 차를 옮긴 부하 직원과 전임 계약 담당 부서장(5급)을 각각 증거인멸과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앞서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4일 주택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임대 사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입건된 C씨(60대)의 대전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때 C씨는 수사관이 잠시 방을 비운 사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전북경찰청은 “압수수색 절차는 적법했고, 강압 수사 정황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사흘 만에 또 다른 피의자(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이 지난 2월 11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청 “담당 팀장·수사관 업무 배제…감찰 착수”

논란이 커지자 전북경찰청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A씨) 사건 담당 팀장과 수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한다”며 “별도로 진상 파악과 책임 소재 확인을 위해 수사 감찰(필요시 수사로 전환하는 절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은 모든 수사 부서에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 보호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선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부른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신무 변호사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오면 피의자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그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측면이 있다”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증거와 법리에 따라 피의자 방어권도 충분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익산시는 체포 직후 B씨 직위를 해제하고 옥외 광고물 등 계약 업무 전반에 대한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 4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공직 비리의 뿌리는 대부분 골프 접대에서 비롯됐다”며 모든 공무원에게 ‘골프 전면 금지령’을 내렸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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