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항명 혐의로 기소한 국방부 검찰단 소속 군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다. 다음 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박 대령 수사 및 공소유지를 담당한 염보현 소령(군검사)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채 해병 사망 사건에 대한 국방부 재조사 과정과 박 대령의 항명죄 입건 과정을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2일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해병대 수사단의 채 해병 사건 초동수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해 군검찰에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과도한 혐의 적용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군검찰은 항명으로 혐의를 바꿔 기소했다.
김 단장은 경찰에 이첩된 초동 수사 기록을 회수하는 데 직접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수사 기록 회수를 주도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도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채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통화 기록 등이 모두 삭제된 ‘깡통폰’을 제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10일 특검팀의 요청에 따라 김 단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김 단장은 지난해 7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누가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혐의로 입건했냐’는 질문에 “어떠한 지시나 지침을 받은 적 없고, 수사팀 논의를 거쳐서 제가 전적으로 결정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염 소령은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서를 작성했다. 그는 영장에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를 언급했다는 박 대령의 주장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기재했다. 이후 중앙지역군사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군검찰은 혐의를 항명, 상관명예훼손으로 바꿔 불구속기소했다. 염 소령과 함께 박 대령의 항명죄 수사 및 공소유지를 맡은 김모 보통검찰부장(중령)은 지난달 31일 특검팀의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지난달 9일 “군검찰이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로 입건해 항명죄로 공소제기 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며 박 대령의 항명 등 혐의 2심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 특검팀은 김 단장과 염 소령을 상대로 무리한 기소 배경에 대통령실 등 윗선의 외압이나 지시 등이 있었는지 물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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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 대통령실·극동방송 연락 정황
한편 특검팀은 채 해병 사망 사건이 해병대 수사단에서 경북청으로 이첩되기 전 경찰이 대통령실 관계자와 연결된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달 16일 조사를 받은 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치안감)이 대통령실 및 극동방송 관계자와 연락한 내역이 확인되면서다. 극동방송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개신교계 인맥을 통해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지난달 18일 특검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 치안감이 양쪽과 연결된 정황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