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고용지표 악화로 Fed 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9일(현지시간) Fed의 미셸 보먼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올해 남은 세 차례(9·10·12월)의 통화정책회의에서 매번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보먼 부의장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캔자스은행연합회 주최 행사에서 “경제 둔화와 노동시장 활력이 줄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중립적인 통화정책으로 옮겨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 경제 전망 요약에는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하가 포함돼 있는데, 최신 고용 지표가 이런 제 견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7만3000명이 증가해 전문가 전망(10만 명)에 크게 밑돌았다. 5~6월 신규 취업자 수도 당초 발표보다 대폭 하향 조정됐다.
그는 또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은 일회성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 인플레이션은 (Fed의 목표치인) 2%로 돌아올 것”라고 진단했다.
보먼 부의장은 지난달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함께 금리 인하를 주장한 인물이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ed의 신임 이사에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하면서, 위원 12명 중 최소 3명의 비둘기파가 확보됐다.
로이터는 “Fed의 여러 위원들이 노동 시장에 점점 더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9월이 되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고용과 경기 둔화를 감안하면 가까운 시일 내 금리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7월 결정(동결)에 만족하지만, 그 결정을 계속 내리는 데는 점점 더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와 리사 쿡 이사도 7월 고용지표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월가는 9월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JP모건은 앞서 12월 한 차례 인하 전망에서, 9월부터 세 차례 인하로 전망을 수정했다. ING도 “7월 고용보고서, 특히 큰 폭의 전월치 수정은 고용시장은 견조하다는 Fed의 입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를 전망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88.9%로 예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9월 인하는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며 “남은 지표들에 따라 지난해 9월처럼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Fed의 9월 회의 전에 7월 소비자물가(CPI)와 8월 CPI·고용지표 발표가 남아있다. 삼성증권은 "향후 Fed의 금리 인하 성격이 경기 침체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보험성 인하로 변화할 것"이라며 “9월 ‘빅컷’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Fed의 금리 인하 시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의 이달 금리 인하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Fed가 금리를 낮추면 현재 역대 최대인 한·미 기준금리차(2.00%포인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강조한 만큼,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분위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