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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반대"…한일 시민단체, 도쿄 도심서 빗속 촛불행진

연합뉴스

2025.08.10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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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참배·한국인 무단합사 등에 항의…우익, 혐오 발언으로 방해
"야스쿠니 반대"…한일 시민단체, 도쿄 도심서 빗속 촛불행진
정치인 참배·한국인 무단합사 등에 항의…우익, 혐오 발언으로 방해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정치가, 공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합니다. 평화헌법을 지키고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사회를 만듭시다."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와 일본 시민 등 약 150명이 광복과 일본 패전 80주년을 맞아 10일 도쿄 젠스이도(全水道) 회관에서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인근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촛불 형태 플라스틱 봉을 들고 오후 7시부터 약 40분간 도쿄 도심을 걸으며 반전과 평화, 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일본 촛불행동 실행위원회 등 한일 시민단체들은 2006년부터 야스쿠니신사 반대 행사를 개최했고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천 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이곳에 합사돼 있다.
이날 행진에는 야스쿠니신사에 가족이 무단 합사된 한국인들도 참가했다.
앞쪽 차량에서 행진을 인솔한 여성은 "야스쿠니신사는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곳"이라며 한국인 무단 합사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부 한국인 유족은 일본 법원에 야스쿠니신사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날 우익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은 행진 대열을 쫓았으나 경찰에 제지당했고, 중년 남성은 참가자와 거친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진보초 사거리에서는 일장기와 욱일기를 든 남성들이 고함을 지르며 행진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손에 확성기를 든 한 남성은 조선인을 비하하는 '조센징'이라는 용어를 거듭 사용하기도 했다.

양국 시민단체들은 촛불 행진 전 젠스이도회관에서 '전쟁하는 나라와 야스쿠니 시스템의 부활'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발표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미국이 '세계의 경찰관' 역할을 그만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해설한 뒤 일본은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쪽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스쿠니신사에 부친이 합사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소송을 한 지 24년이 됐고 공동행동을 한 것도 20년이 됐다"고 돌아본 뒤 "야스쿠니신사 관련 재판을 하면서도 절망을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 그리움, 분노를 이기며 살아왔다"며 행사 참가자들의 연대가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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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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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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