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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반부터 연습그린 지킨 김규태...플리트우드와는 친구

중앙일보

2025.08.10 08:01 2025.08.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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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메이저리그 - PGA 투어를 가다

연습 그린에서 임성재(오른쪽)와 대화를 나누는 김규태 퍼트전문 코치. 성호준 기자
PGA 투어 대회장의 연습 그린은 어수선하다. 선수들과 캐디, 코치들이 작은 홀 주위에 엉켜 북적거린다. 홀로 들어가지 못한 골프공들은 마치 표적을 비껴간 탄흔처럼 홀 주위에 흩어져 있다. 그린 주변에는 매니저와 가족들이 서성이고, 퍼터를 늘어놓고 써보라 권유하는 장비 회사 직원들도 군데군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습 그린이 넓거나 여러 개 있는 곳이라면 분산되지만, 오래된 골프장의 비좁은 연습 그린에서는 한정된 공간을 두고 선수들 간에 미묘한 긴장감과 신경전이 흐르기도 한다. 누군가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리듬을 찾고, 어떤 선수는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기술을 점검한다. 한편에선 농담을 주고받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린 전체에는 여전히 전장 전야 같은 묘한 긴장이 감돈다.

연습 그린은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럽다가, 티타임에 맞춰 선수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 갑작스레 적막이 내려앉는다. 비가 오기도 하고, 찬바람이 불다가 햇볕이 작열하기도 한다.

그런 연습 그린을 묵묵히 지키는 인물이 있다. 한국인 김규태(35, 위닝퍼트 대표) 코치다. 그의 스승 스티븐 스위니가 그린에 없을 때 같은, 마땅히 쉴 법한 상황에서도 그는 자리를 지킨다. 사람들은 오히려 곰처럼 우직한 그의 모습에 마음을 연다. PGA 투어의 몇몇 선수들은 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 코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짧은 말이라도 주고받는다.

김규태 코치는 “토미 플리트우드, 아담 스콧, 로리 매킬로이, 스코티 셰플러, 콜린 모리카와, 악샤이 바티아 등이 그렇다”고 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플리트우드와는 친구가 됐다. 가끔 서로 안부도 주고받는다. 플리트우드는 “두바이에 있는 내 아카데미에 놀러 와라”고 초청도 했다.

연습 그린 ‘죽돌이’인 그는 선수들의 퍼트 연습 성향도 대충 안다. 김규태 코치는 “저스틴 로즈, 저스틴 토머스, 콜린 모리카와 등은 일반 스윙도 완벽함에 가깝게 정석으로 하고 퍼트도 그렇다. 거울 등 연습도구를 많이 사용한다. 퍼트 하나를 해도 매우 분석적이다. 반면 셰인 라우리, 더스틴 존슨 등은 감각적으로 퍼트한다. 연습하면서 내기를 하기도 하고 코치에게 미션을 받아 게임식으로 연습하곤 한다”고 했다.

김규태의 아버지는 86 서울 아시안게임 골프 금메달리스트 김종필 씨다. 성실하기로 유명했고, 아들은 더 하다. 김규태는 “연습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는데 성적이 안 났다”고 했다. 주로 KPGA 2부 투어에서 뛴 그는 “돌아보면 운동을 너무 많이 해 필요 없는 근육이 많았고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김규태 코치가 미국 플로리다 주 주피터의 스티븐 스위니 퍼트 스튜디오에서 퍼트 훈련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2020년 선수를 그만두고 자신의 장기인 퍼트 전문 코치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후배들이 나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2021년 1월 PGA 투어에서 콜린 모리카와, 호아킨 니먼 등을 가르치는 퍼트 구루 스티븐 스위니가 제자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스위니는 아시아에서 온 그를 반기지 않았다. 적당히 노하우만 슬쩍 배워가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규태는 그렇지 않았다.

2021년 1월부터 8월 말 플레이오프 최종전이 끝날 때까지 새벽 5시반에서 오후 6시까지 김규태는 그린을 지켰다. 그린이 비는 낮엔 임성재와 이경훈 등의 연습라운드나 경기를 따라 나갔다. 김규태는 “아침은 커피와 빵, 사과 같은 걸 먹고 점심은 거의 못 먹었다. 저녁은 임성재와 그의 가족이 매일 사줬는데 눈물 나게 감사한다”고 했다.

김규태는 2022년과 2023년에도 3개월씩 PGA 투어를 따라 다녔고 올해도 스승과 함께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대회들을 돌았다. 스위니는 김규태를 가장 신뢰한다. 그의 아버지와 김규태가 친한 친구가 됐을 정도다. 김규태는 선수 경험도 있으며 세계 최고 퍼팅 코치에게 배웠고, PGA 투어 대회에 다니며 노하우도 체득했다. 한국, 아니 아시아 최고의 퍼트 코치일 것이다.

김 코치에게 퍼트를 배운 옥태훈은 올해 KPGA에서 올 시즌 2승을 거뒀다. 김종필씨가 어릴 적 옥태훈의 스윙을 만들어줬는데 아들이 퍼트 코치를 하고 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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