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자 자매’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통산 3승의 언니 고지우(23)와 이번 우승으로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동생 고지원(21) 자매다.
고지원은 10일 제주도 서귀포 사이프러스 골프장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고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21언더파로 정상을 밟았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 KLPGA 투어 2년 출전권도 받아 당분간 시드 걱정도 덜게 됐다. 노승희(24)에게 2타 앞선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고지원은 침착한 플레이로 리드를 이어갔다. 경기 초반 무리하지 않고 기회를 노리다가 5번 홀(파5)과 6번 홀(파4)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았다. 중반 이후 버디는 없었지만, 보기 없는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타수를 지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완벽한 핀 공략으로 버디를 추가해 우승을 자축했다.
고지원은 언니 고지우와 함께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KLPGA 투어에서 자매가 나란히 우승한 건 지금까지는 박희영(38)-주영(35) 자매뿐이었다. 박희영은 2004년 하이트컵 여자오픈 등 통산 4승을 거둔 뒤 은퇴했고, 2009년 데뷔 이래 우승이 없던 박주영은 2023년 대보하우스디 오픈에서 우승하며 사상 첫 자매 우승이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선 스웨덴의 샬로타-안니카 소렌스탐 자매와 미국의 제시카-넬리 코다 자매, 태국의 모리야-아리야 주타누깐 자매가 우승자 자매로 잘 알려져 있다.
초중고를 모두 제주에서 나온 ‘제주 고씨’ 고지원은 “나흘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잘 마무리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앞으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직후 우승자 동생을 꽉 안아준 언니 고지우는 “내가 우승한 것처럼 기쁘다. 동생에게 ‘네가 최고야’라고 말해줬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올해 LPGA 투어로 건너간 윤이나(22)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역시 해외파인 박성현(32)도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나 14언더파 공동 11위로 선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