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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이 시게토의 마켓 나우] 엔·달러 관계, 2026년이 전환점인가

중앙일보

2025.08.10 08:08 2025.08.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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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앞으로 몇 달간 엔화 약세는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금융시장의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물가와 일본의 성장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불확실성도 크다. 현재 상황에서는 양국 모두 금리 정책을 쉽게 조정하기 어렵다.

2026년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일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는 서서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12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26~2027년 미국 달러의 약세 지속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달러를 뒷받침해온 상대적 성장률과 주식시장 성과와 같은 핵심 요인들이 동력을 잃으면서 달러에 불리한 환경이 계속될 것이다.

그 결과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본 유입이 줄어들 것이다. 특히 포트폴리오 투자 감소가 이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고려하면, 대규모 순자본 유출이 아니더라도, 순유입이 대폭 줄기만 해도 달러 약세를 불러오기엔 충분하다.

김지윤 기자
미국 경제 구조는 대규모 자본 유출에 취약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큰 비중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국 자금 유입은 미국 주식시장의 가치평가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미국은 전 세계 GDP의 4분의 1도 차지하지 않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0%를 점유한다. 역사적으로 이런 불균형은 늘 있었던 일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미국은 포트폴리오와 기타 투자 유입이 약해질 때, 외국인 직접투자(FDI) 확대나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복귀)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대규모 순FDI 유입을 끌어들인 사례는 드물다. 게다가 미국의 포트폴리오 및 기타 투자 부채가 해외 FDI 자산보다 4배나 많은 상황에서 FDI 증가만으로 포트폴리오 투자 감소를 상쇄할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은 어렵다.

미국 달러의 약세 국면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과거에도 훨씬 큰 폭의 달러 약세가 있었지만, 지위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 다만 자본 유입에 대한 정책이 적대적으로 변할 경우 주변부에서 달러의 글로벌 역할이 일부 약화될 가능성은 있다.

엔·달러 환율은 역사적 전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엔화 약세가 이어지겠지만, 2026년 이후에는 미·일 금리 격차 축소와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엔화 강세 국면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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