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고문 윤석열, 대표 전한길, 사무총장 김문수” [김성탁의 시선]

중앙일보

2025.08.10 08:16 2025.08.10 13:3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성탁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새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진행 중이다. 대선에서 패한 만큼 이번 전대는 보수 정당을 되살리는 계기여야 한다. 재기하려면 민심이 떠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힘 붕괴에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있다. 국정 난맥에 이어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돼 현재 구속 중이다.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는 그는 급기야 특검의 조사를 거부하다 강제로 끌어내는 시도까지 당하는 처지가 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쯤 됐으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부부와 절연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대에 나선 후보들은 아직도 계엄과 탄핵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느냐를 놓고 분란이 일었을 때 “질 게 뻔한 대선보다 향후 당권을 누가 잡느냐가 관심사”라는 말이 나왔었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틀린 얘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국민의힘이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면서 당 지지도는 역대 최하다. 지난 4~6일 한국리서치 등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16%에 불과했다. 같은 기관의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37%의 지지를 얻은 반면 국민의힘은 23%에 그쳤다. 이념 성향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1%로 더 낮았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당시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 41.15%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계속 민심을 잃는 행위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지지율이 이쯤 되면 누가 옳고 그르다고 옥신각신할 게 아니라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매일 머리를 싸매고 회의하며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를 모색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런 고민 대신 당권 잡기에 여념이 없는 국민의힘의 난맥상을 한국사 강사 출신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가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언론인’ 명찰을 걸고 참석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도록 참석자들을 선동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의 전당대회장 입장을 금지하고 징계 절차를 개시했지만 이미 후보자를 향한 비난과 선동, 당원 간 몸싸움으로 전당대회가 난장판이 된 후였다. 당초 전씨의 입당에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송 위원장은 "한 개인의 입당에 호들갑 떨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전씨가 당의 방침에 따르지 않고 계속 참석하겠다고 하고 있어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된다. 이런 지경에 빠진 전당대회가 컨벤션 효과를 가져올 리 만무하다.
국힘 아직도 찬탄·반탄 옥신각신
극우 전한길 휘젓고 간 전당대회
이런 야당으론 국정 견제 불가능
국민의힘 내부는 권력 공백 상태나 마찬가지다. 과거 윤 전 대통령을 옹위하던 친윤 주류는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위축돼 구심점이 없다. 대선 때부터 빈집을 공략한 김문수 전 장관이 애매한 입장을 보이며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반탄 세력’과 선을 긋지 않은 채 당 혁신파와도 함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반탄 입장인 장동혁 후보에게 강성 보수표를 뺏기지 않으려다 보니 '윤 전 대통령의 재입당 허용' 같은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당 대표 선출 방법이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8 대 2 비율이어서 탄핵 찬성파 대표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않는 김 전 장관이 당 대표가 될 경우 국민의힘 체질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후보와 장 후보는 전당대회를 엉망으로 만든 전씨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마주할 여건은 간단치 않다. 전임 당 지도부와 핵심 의원들이 수사 압박을 받는 와중에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지금 지지율이라면 영남 사수마저 불투명해 강성 보수층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래저래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다 중도층의 외면만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하면 당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할 것이라며 당내에선 벌써 지도부 붕괴 시나리오가 회자한다. 당 대표와 성향이 다른 최고위원들이 당선돼 사퇴할 경우 지도부는 붕괴할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시절 당 지도부가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붕괴했었다. 요즘 국민의힘 상황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차라리 고문 윤석열, 대표 전한길, 사무총장 김문수로 ‘어게인 윤 신당’을 창당하라”고 비꼬았다. 이런 비아냥을 듣는 야당이 정권 감시와 국정 운영 견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에겐 참으로 고마운 야당일 것 같다.



김성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