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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보다 역량이 중요”…미, 주한미군 감축 시사

중앙일보

2025.08.10 09:03 2025.08.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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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치 전력 등 역량이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한반도에 주둔하는 재래식 전력의 규모를 줄이고 대중 견제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주한미군을 재배치하기 위한 미 측의 ‘동맹의 현대화’ 요구와 맞닿은 발언이다. 그는 관련한 사안이 오는 25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 정상급에서 주한미군 역할 확장 등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시사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기지 내에서 취임 후 처음 국내 언론 간담회를 열고 “사령관으로서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5세대 전투기(F-35) 배치 등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현재 2만8500명으로 묶여 있는 주둔 병력을 줄여도 첨단 자산 배치를 통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주한미군은 “감축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조정 문제가 다뤄질 것이냐는 질의에도 “무엇이 논의될지는 모르지만, 관련한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순전히 숫자에 대한 논의는 아닐 것이고 임무를 위해 가용한 능력에 대한 논의가 될 것이란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5월에도 주한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뜻하는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모든 것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3개 포대와 부대원이 지난 4월 중동으로 이전한 것을 전 세계 미군에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한 예로 들었다.

그는 “한 곳에 고정돼 있는 것은 군사적으로 실용성이 떨어지며, 우리가 하나의 임무 외에 다른 임무도 수행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중국 ‘서해 영향력 확장’ 내해화 시도 브런슨 “한국주권 침해, 용납 않겠다”

다만 브런슨 사령관은 “‘미국이 대만을 지원하면 한국도 함께해야 한다’는 식의 요구가 결정된 것처럼 여길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북한에 대비해 더욱 큰 역할을 발휘하라는 것이고,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동맹을 현대화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국이 대북 방어를 전담할 수 있는 자체 역량 확보를 기반으로 큰 틀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기여하라는 미 국방부 차원의 요구와도 일치하는 인식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의에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는 조건을 기초로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이 있다. 지름길을 택하면 한반도 전력의 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속도전’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 변경으로 전작권 전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예상하는데, 이는 별개 사안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서해에서 영향력 확장을 꾀하는 중국의 이른바 ‘내해화’ 시도에 대해서는 “한국의 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하며,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상세히 밝힐 순 없지만, 우리(한·미)는 서해와 관련해 특정 조치를 하고 있다”며 이미 양측이 중국의 ‘회색 도발’에 공동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가 8월 을지자유의방패(UFS) 연합연습 기간 야외실기동훈련(FTX) 일부를 9월로 조정한 것과 관련, 한국 측이 수해 복구를 위한 군 장병 투입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설명한 그는 “연습을 일부 조정했으나 준비 태세를 위한 연습을 온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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