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한·미 훈련 조정에도 北국방상 반발…"계선 넘는 도발, 주권적 권리 행사"

중앙일보

2025.08.10 19:0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CH-47 치누크 헬기가 이동하는 모습. 올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은 1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정례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에 반발하며 "주권적 권리 행사"를 위협했다. 정부의 요청으로 일정이 분산되는 등 조정이 이뤄졌는데도 비난에 나선 건 한·미를 향한 대화의 문턱을 높여 향후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노광철 북한 국방상은 11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조선반도와 지역의 안보 환경에 또다시 심각한 도전을 가해오고 있는 미한(한·미)의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그것이 초래할 부정적 후과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실제적인 핵 전쟁 상황을 가상하여 진행되는 '을지프리덤쉴드'는 우리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도발"이며 "정전상태인 조선반도 정세의 예측 불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지역정세의 불안정화를 고착시키는 진정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또 "계선을 넘어서는 그 어떤 도발행위에 대해서도 자위권 차원의 주권적 권리를 엄격히 행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시작된 UFS 연습은 2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훈련은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연습(CPX)과 야외기동훈련(FTX)으로 구성되는데,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훈련 기간에 계획했던 40여건의 FTX 중 20여건이 9월로 연기된다.

이처럼 한·미 군 당국이 일부 훈련을 분산 조정했는데도 국방상이 직접 나서 '침략 예행 연습'이라는 기존의 비난을 이어간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본적으로 내부결속, 핵·미사일 고도화,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강화의 명분으로 한·미 훈련을 활용하는 모습"이라며 "과거와 유사하게 연합훈련 기간 중 신형 미사일 발사 시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전쟁 억지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과 연말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성과 마련을 위한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올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1년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해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 2023년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에도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했다. 또 수중 핵무기 체계인 '해일'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긴장완화 기조를 고려해 무조건 적인 정세 격화보다는 '조건적 대응'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광철이 담화에서 "계선을 넘어서는 그 어떤 도발행위"라고 표현하며 사실상의 조건부 대응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임 교수는 "야외기동훈련 일부 연기와 대북 확성기 철거와 같은 대북 유화 조치를 고려하면 북한의 도발 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황에 전개에 따라 러시아와의 협력을 활용한 고강도 군사적 반발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영교([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