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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합의하면 '승리 포장'은 키리옌코 몫…러시아 숨은 실세

연합뉴스

2025.08.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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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미러 정상회담 목전 집중 조명…"푸틴의 무자비한 의제 실행" 우크라 침공 후엔 '가짜 주민투표' 기획 등 푸틴 배후서 선전 총괄
푸틴이 합의하면 '승리 포장'은 키리옌코 몫…러시아 숨은 실세
NYT, 미러 정상회담 목전 집중 조명…"푸틴의 무자비한 의제 실행"
우크라 침공 후엔 '가짜 주민투표' 기획 등 푸틴 배후서 선전 총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자비한 의제를 이행하는 '조용한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부터 사회 통제와 선전에 앞장서며 크렘린궁의 숨은 실세로 자리매김한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비서실) 제1부실장을 뉴욕타임스(NYT)가 묘사한 문구다.
NYT는 10일(현지시간) 미러 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푸틴 대통령의 배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키리옌코 부실장을 집중 조명했다.
63세의 키리옌코 부실장은 과거 원전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원자력공사(로스아톰) 사장을 지낸 러시아의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다.
그는 지난 1998년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 시절 35세의 젊은 나이로 총리직에 올라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후 로스아톰 사장으로 활동하다 2016년 10월 현재 자리로 옮겼고 9년 가까이 지금의 직함을 유지 중이다.
그가 크렘린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억만장자 유리 코발추크의 역할이 컸다.
코발추크는 로스아톰 운영과 관련해 자주 접촉하던 키리옌코 부실장을 푸틴에게 추천한 인물이며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위해 힘을 합쳐 많은 작업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2021년 러시아의 신흥재벌을 뜻하는 올리가르히로부터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 VK(브콘탁테) 통제권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VK 통제권 확보를 위해 코발추크는 자금을 댔고 키리옌코의 아들은 VK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이후 VK는 자체 메신저 앱을 공개했는데 지난 6월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새로운 국가 메신저 개발을 승인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는 VK앱을 통한 러시아 내 왓츠앱과 텔레그램 '죽이기' 작업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효율적 업무처리, 다재다능함, 국제적 감각 등 테크노크라트의 장점을 모두 갖춘 키리옌코 부실장이 처음부터 푸틴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독재정권의 수호자였던 것은 아니다.
키리옌코 부실장의 측근과 전 동료들은 그가 1990년대 총리로 일했을 때는 친서방 개혁가로 분류됐다며 그가 상황에 맞춰 이념적 노선을 변경했다고 바꿨다.
키리옌코 부실장이 과거 한 인터뷰에서 "규칙이 없는 게임에서 규칙을 만든 사람이 이긴다"고 말한 것도 그의 이런 성향을 반영한다.
그의 기회주의적 면모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키리옌코 부실장은 다른 크렘린궁 내 정치 보좌관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했으나, 러시아의 미사일이 키이우에 쏟아지기 시작하자 빠르게 현실을 수용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논리를 설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NYT는 키리옌코 부실장의 이같은 행동이 푸틴 대통령과 더 가까운 관계였던 드미트리 코작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과 차별화하는 요소였다고도 짚었다.
키리옌코 부실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예술인들에게 애국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고 러시아 학교 내에서 전쟁을 지지하는 선전을 조직하도록 하는 작업에 힘써왔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 '가짜 주민투표'를 계획한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키리옌코 부실장의 영향력은 오는 15일 진행될 미러 정상회담 이후에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해 알래스카에서 만나 협상을 타결시킨다면 이를 러시아인에게 승리로 포장해 알리는 작업도 키리옌코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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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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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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