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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문건 안 받았다"는 조태용…CCTV보니 문건 들고 있었다

중앙일보

2025.08.10 20:58 2025.08.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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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실에서 문건을 챙긴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그간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관련 어떠한 지시나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수사기관 등에서 증언해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해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5층 대접견실 등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면서 조 전 원장이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오면서 문건을 들고 나오는 듯한 정황을 파악했다.국정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직후 가장 먼저 부른 주요 공직자 중 한 명이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문건이 비상계엄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정치인들을 잡아 들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해당 문건에 ‘정치인 체포 협조’ 등의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에게도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 전 원장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및 수사기관에 출석해서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조 전 원장을 소환해 CCTV로 파악된 당시 상황과 해당 문건의 성격과 내용, 조 전 원장의 앞선 증언이 거짓인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특검팀은 국가정보원법상 내란·외환 혐의 관련 정보를 수집할 직무를 유기했는지 여부에 대해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원장은 이밖에 홍 전 차장에 대한 사직 강요(직권남용) 의혹,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 처장과 공모해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도 특검팀 수사를 받고 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지난 6월 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특검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소집한 법무부 간부 회의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8일엔 배상업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회의 내용을 재구성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여권 등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장관이 계엄 당시 “동부구치소 내 구금 공간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박 전 장관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로 기각하면서 “교정본부장이 법무부 실·국장 회의가 끝나고 교정시설 기관장들과 영상회의를 진행하며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고 발언한 사실은 인정된다”라면서도 “이러한 점만으로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에 따른 국회의원 등의 구금시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당시 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합수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 등의 지시를 내린 정황도 포착했다.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이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임을 알고 있으면서 이러한 지시를 내렸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 측은 “합수부가 구성되면 검사 파견 요청이 올 수도 있으니 미리 검토하라는 취지였고, 파견 지시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구금시설 마련 지시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를 언급한 적조차 없다”도 반박했다.



석경민.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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