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실에서 문건을 챙긴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그간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관련 어떠한 지시나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수사기관 등에서 증언해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해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5층 대접견실 등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면서 조 전 원장이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오면서 문건을 들고 나오는 듯한 정황을 파악했다.국정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직후 가장 먼저 부른 주요 공직자 중 한 명이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문건이 비상계엄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정치인들을 잡아 들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해당 문건에 ‘정치인 체포 협조’ 등의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에게도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 전 원장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및 수사기관에 출석해서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조 전 원장을 소환해 CCTV로 파악된 당시 상황과 해당 문건의 성격과 내용, 조 전 원장의 앞선 증언이 거짓인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특검팀은 국가정보원법상 내란·외환 혐의 관련 정보를 수집할 직무를 유기했는지 여부에 대해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원장은 이밖에 홍 전 차장에 대한 사직 강요(직권남용) 의혹,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 처장과 공모해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도 특검팀 수사를 받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소집한 법무부 간부 회의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8일엔 배상업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회의 내용을 재구성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여권 등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장관이 계엄 당시 “동부구치소 내 구금 공간을 마련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박 전 장관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로 기각하면서 “교정본부장이 법무부 실·국장 회의가 끝나고 교정시설 기관장들과 영상회의를 진행하며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고 발언한 사실은 인정된다”라면서도 “이러한 점만으로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에 따른 국회의원 등의 구금시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당시 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합수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 등의 지시를 내린 정황도 포착했다.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이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임을 알고 있으면서 이러한 지시를 내렸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 측은 “합수부가 구성되면 검사 파견 요청이 올 수도 있으니 미리 검토하라는 취지였고, 파견 지시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구금시설 마련 지시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를 언급한 적조차 없다”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