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밝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 핵심 참모 A와 일부 기자들의 술자리 직전의 분위기를 이름이다. (이하 경칭 생략) 그러나 알코올이 조금씩 체내에 축적되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오히려 가라앉았다. 윤석열의 지지율에 심상치 않은 암운이 드리우던 것과 무관치 않았다.
윤석열은 보수 진영의 총아였다. 검찰총장 자리에 있을 때 이미 그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윤석열의 ‘별의 순간’은 ‘문재인의 총장’이었다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문재인의 적’이 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었다. 보수 진영은 한때 자신들의 등에 칼을 꽂았다며 맹비난했던 그를 일순간 우러르기 시작했다.
정치 입문에 대해 손사래 치며 침묵하던 윤석열이 결단을 내린 듯 보인 건 2021년 3월 3일이었다. ‘현장 순시’라는 명목으로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한 그는 수많은 지지자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전 국민이 목도하게 한 직후 총장직을 내던졌다. 그리고 몇 달간의 잠행과 간보기로 국민의힘을 애태우더니 그해 7월 말 그 정당에 입당하면서 정식으로 정치인이 됐다.
대선 경선은 요식행위인 듯 보였다. 대중적 지지도, 참신성, 정의로운 이미지 등 그가 갖춘 무기는 그 바닥에서 오래 구르면서 이런저런 때가 묻은 구태 정치인들을 압도할 듯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원사이드 게임이 아니었다. 윤석열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비롯한 경쟁자들에게 발꿈치를 깨물릴 정도의 긴박한 추격을 허용해야 했다. 그의 고전은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맞붙은 본선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그 고전은 상당 부분 김건희가 책임져야 할 몫이었다.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결국 그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긍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수식어와 함께였다.
“참모와 실무진이 밤새워 일해 겨우겨우 1%p씩 지지율을 올려놓으면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지지율을 왕창 까먹어버리니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윤 캠프는 거의 초상집 분위기였다. 자고 나면 새로 터지는 윤석열의 기행과 김건희의 ‘과거사’는 감당할 수 없는 악재였다. 특히 후자가 끼친 악영향은 컸다. 인신공격성 ‘쥴리’ 공세는 차치하더라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모친의 요양급여 부정 수급 의혹 등으로 대선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그는 무속 논란, 허위 이력 논란으로 그로기 상태에 몰려 있었다.
“김 여사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걸 다 삼켜버리고 있어!”
캠프에서 흘러나온 자조는 그 술자리로 이어졌다. 기자들과 연신 잔을 들이켜던 A는 점점 얼굴이 불콰해졌고 그에 비례해 발언의 강도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그러다가 그가 분통과 함께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함께 듣던 이들이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었다.
“대선 끝날 때까지 여사를 가둬놔야 해!”
「
첫 등장 때 이미 싹수 보였다
」
김건희의 이미지는 첫 등장 때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대중에게 제대로 처음 선을 보인 건 남편과 함께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으러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일 것이다. 2019년 7월 25일의 일이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김건희는 기품이 있어 보였고, 그의 사진이 공개되자 세간에는 그의 외모를 둘러싼 대화가 분주히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