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립부 탄(65)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중국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공개 사임 압박도 나왔다. 탄 인텔 CEO는 사태 진화를 위해 백악관을 찾을 예정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탄 CEO는 11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중국 유착 의혹을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의 관계자는 “탄 CEO가 국가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고 국가 안보상으로도 인텔의 제조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트럼프 대통령을 납득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의혹은 지난 6일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이 인텔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비롯됐다. 코튼 의원은 탄 CEO가 인텔 입사 전 이끌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가 중국 국방 연계 대학에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1억4000만 달러(약 19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주장했다. 탄 CEO가 운영하는 벤처펀드가 수백 개의 중국 기업에 투자했고, 이 중 일부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트루스소셜에 “인텔 CEO는 심각한 이해 충돌 상태로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적으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 등 자국 기업 수장들과 설전을 벌이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건 이례적이다. 탄 CEO는 말레이시아 태생 중국계 미국인이다.
다만 탄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내가 40년 이상 살아온 ‘고향’”이라며 “항상 최고 수준의 법적·윤리적 기준을 지켜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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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공격은 바이든 공격“ “트럼프 2.0 매카시즘”
인텔 CEO 저격의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시점을 주목했다. 공교롭게도 정치권의 공세가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 등 일부 테크기업에 대한 반도체 관세 면제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에 나왔다는 것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인텔은 이미 오하이오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준공을 연기하고 대규모 감원에 착수한 상태였다. 인텔은 올 2분기(4~6월) 29억 달러(약 4조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정부 지우기 일환이란 해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텔에 대한 공격이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해석했다. 인텔이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아래 최대 수혜기업이란 이유에서다. 당시 인텔은 80억 달러(약 11조 112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확보했는데, 법안 아래에서 가장 큰 지원액이었다고 한다.
미국 민주당 후원의 큰 손이자, 탄 CEO의 40년 지기인 마이클 모리츠 전 세쿼이아 캐피털 회장은 “탄은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존경받아온 인물이자 케이던스를 12년간 이끌며 매출과 기업가치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경영자”라며 “그가 정치적 보복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트럼프 2.0 매카시즘(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주도한 반공주의 운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SCMP는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중국계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표적으로 삼아왔고, 이제 그 화살이 중국계 기업 임원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례로 인텔 의혹을 제기한 코튼 의원은 지난해 2월 상원 청문회에서도 싱가포르 국적의 쇼우 지 츄 틱톡 CEO에게 중국 국적인지, 중국 공산당원인지 물었다가, “아시아인을 모두 중국 공산당과 연관시키는 것은 인종차별일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생각”(미 의회 아시아·태평양 미국계 모임 성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