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건설업은 불황이 장기화되며 가입자 수가 24개월째 줄었다. 역대 최장 감소 기록이다. 국내 일자리의 양대 축인 제조업과 건설업이 동시에 흔들리자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0.4개로 내려갔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 내용이다. 올해 7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5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보다 18만 명(1.2%) 늘어난 것으로, 2003년 7월(10만6000명 증가)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추이는 상대적으로 양질인 일자리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고용보험 전체 가입자는 2022년 큰 폭으로 증가한 뒤 완만하게 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일자리의 양대 축인 건설업과 제조업에선 오히려 고용보험 가입자가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건설업 가입자는 75만 명으로 1만9000명 감소했다. 24개월 연속 줄며 역대 최장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가입자는 384만6000명으로 5000명 줄어 2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당연가입 증가분을 제외하면 감소폭은 2만4000명으로 확대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서비스업은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제조업은 생산과 수출 부진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부진은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67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1000명(3.2%)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1만1000명으로 1000명 줄었지만, 제조업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로 인해 신규 신청이 늘었다”며 “8~9개월 동안 구직급여를 받는 장기 수급자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의 어려움이 두드러졌다. 29세 이하 청년층 고용보험 가입자는 9만 명 줄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업종별 청년층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제조업(-2만 명), 정보통신(-2만 명), 도소매(-1만7000명), 전문·과학·기술업(-8000명) 등에서 줄었다. 고용노동부는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취업 문이 한층 더 좁아졌다는 점이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배수는 0.40으로, 구직자 10명 중 4명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년 동월(0.51)보다 크게 낮아져 1999년 7월(0.39) 이후 7월 기준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기업의 신규 구인 인원은 16만5000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3만4000명(-16.9%) 줄었고, 반대로 신규 구직 인원은 41만1000명으로 2만1000명(5.5%) 늘면서 구인배수가 하락했다. 이 역시 제조업의 신규 구인 감소(-1만9000명) 영향이 컸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전체적으로 구인배수가 낮아진 것은 제조업 경기가 많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일자리 현재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서비스업 분야에서 구인 수요가 소매판매, 민생회복지원 등과 맞물려 늘어난다면, 이들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소폭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