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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만경강 이전" "제로섬 게임 멈춰야"…전주시장·완주군수 '행정통합' TV토론

중앙일보

2025.08.1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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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기 전주시장(왼쪽)과 유희태 완주군수가 지난 5일 KBS 전주방송총국 공개홀에서 열린 전주·완주 통합 관련 심층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범기 “통합 전주시가 전북 성장 동력 돼야”

전주·완주 행정 통합을 놓고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가 각각 ‘생존론’과 ‘자립론’을 펼치며 팽팽히 맞섰다. 최근 KBS 전주방송총국(5일)·전주 MBC(6일)·JTV 전주방송(9일)이 주최한 세 차례 TV토론에서 공론화 필요성엔 모두 동의했지만, 통합의 당위성과 절차, 재정·복지 문제 등을 둘러싼 두 단체장의 찬반 논리는 극명히 엇갈렸다.

우 시장은 전북 인구 감소를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는 “1960년부터 2025년까지 대한민국 인구가 2499만명에서 5116만명으로 증가하는 동안 전북 인구는 240만명에서 173만명으로 줄었다”며 “전북 내부에서 인구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을 멈추고, 통합 전주시가 전북의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이익 배제 원칙에 따라 출산·귀농 지원 등 혜택은 줄이지 않겠다”며 “통합 시청사 위치도 완주군민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반면 유 군수는 통합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완주군은 수소산업·농생명산업 등을 통해 독자 발전 가능성을 입증해 왔다”며 “규모 확대보다 질 높은 행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군수는 과거 세 차례 무산된 통합 후유증을 거론하며 “여론조사에서 과반이 반대하면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며 행정안전부에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투표 실시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전주·완주 행정 통합을 추진 중인 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달 21일 부인 목영숙씨와 함께 완주군 삼례읍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 신고를 하고 있다. 김 지사는 올해 하반기 통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완주군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삼봉지구 월세 아파트로 이사했다. 뉴스1


유희태 “규모 확대보다 질 높은 행정 중요”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두 지역은 1392년 조선 건국 이후 완산부·전주부·전주군·전주읍 등으로 불리던 한 고을이었다. 그러나 1935년 일제 강점기에 전주부와 완주군으로 행정구역이 나뉜 뒤 1949년부터 전주시와 완주군으로 굳어졌다. 전주·완주 통합은 1997·2007·2013년 세 차례 추진됐으나 완주군민 반대로 실패했다. 이후 우 시장과 김관영 전북지사가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전주·완주 통합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측은 세 차례 토론 내내 통합 찬성 단체들이 제안한 105개 상생 발전 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대립했다. 상생안엔 ▶정부 통합 인센티브 완주 전액 투자 ▶완주군민 현재 혜택 12년 이상 유지 ▶통합 시청사·시의회 청사 완주 건립 ▶완주군민 동의 없는 혐오 기피 시설 이전 불가 등이 담겼다. 김 지사와 우 시장은 지난달 27일 전북도청에서 정동영(전주병)·이성윤(전주을) 국회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105개 상생안을 ‘통합시 설치법’에 명문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 군수는 “상생안은 군민을 대변하는 완주군이나 완주군의회와 전혀 협의하지 않고 권한이 없는 민간 단체가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우 시장은 “국가가 법으로 정한 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 뭘 믿어야 할지 사실 좀 그렇다”며 “도가 조례를 제정했고, 국가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상생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완주·전주 통합 반대 완주군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영 지사의 거처 이전과 홍보물 발송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주역사복원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19일 전북도의회에서 전주·완주 통합 찬성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주민투표 10월 연기 가능성”

재정·복지 분야에서도 양측 견해차는 여전했다. 유 군수는 “완주군의 출산장려금은 전주에 없는 제도”라며 “통합 시 복지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주시의 6000억원대 지방채를 콕 집어 “통합 시 6000억원의 채무와 연간 195억원의 이자 부담이 발생해 다른 사업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 시장은 “통합은 장기적으로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며 “전주시 빚은 상당 부분 적자성 채무가 아닌 금융성 채무로, 도시공원이나 도로·체육시설 등 인프라 구축과 자산을 늘리는 데 썼다”고 반박했다.

이번 TV토론에선 전북도청 이전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 군수는 “시청이 완주로 온다는 약속은 믿기 어렵다”며 “도청(전주시 효자동 소재)을 (완주에 있는) 만경강 권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우 시장은 “통합 시청이 완주로 가는 걸 못 믿는다면 도청 만경강 이전은 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의견을 받아 행정 통합을 지방의회 의결로 할지, 주민투표에 부칠지 결정해야 한다. 애초 주민투표 시점은 8~9월로 예상했으나, 한미 정상회담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10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북도는 전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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