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토 유키오 도야마대 명예교수는 제자들 사이에서 ‘수행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선 서지학을 연구하는 그의 우직하고도 성실한 자세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의 조사법을 구축했는데,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도서관이나 서고를 들러 조사를 한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두툼한 카드엔 그가 정한 28종의 고문헌 정보가 실린다. 조선본엔 간행자와 간행한 해, 간행지를 적은 간기가 없는 경우가 많아 그가 정리한 카드엔 책에 있는 문양이나 기호가 그려져있기도 하다. 책을 만들기 위해 판을 조각한 ‘각수’를 찾기위한 힌트들이다. 각수가 누구인지를 알면 간기가 없는 책도 언제 발간됐는지를 알 수 있어 그는 세세한 것들도 죄다 기록하고 있다.
책 이야기에 눈을 반짝일 정도로 그의 책 사랑은 남다르다. ‘제일 아끼는 책’을 묻자 현답이 돌아왔다. “많이 있지만 ‘논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침이 담긴 책을 좋아한다. 책이 없다면 선인들의 지혜는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거다. 입으로 구전될 수도 있지만 선인들의 지식과 지혜를 담은 책은 그렇기에 가장 유의미한 존재다. 그래서 책 하나하나의 존재를 밝히고, 뜻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