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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부도 위기 일단 넘겼다…DL, 2000억원 '긴급 수혈'

중앙일보

2025.08.1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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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산업단지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뉴스1
여천NCC가 가까스로 부도(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났다. DL 그룹(옛 대림)이 공동 대주주인 한화 그룹과 함께 3000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하지만 일단 급한 불만 끈 수준이라 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DL은 잇달아 이사회를 열어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DL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상당수를 여천NCC를 살리는데 쓸 계획이다. DL 관계자는 “여천NCC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제대로 된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이미 1500억원 규모 추가 자금을 대여하기로 의결했다.

여천NCC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만드는 석유화학 회사다. 에틸렌 생산 능력이 LG화학·롯데케미칼에 이어 국내 3위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4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릴 정도로 순항했지만, 최근 몇 년간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하면서 적자 늪에 빠졌다. 21일까지 약 31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부도를 맞을 상황이었다. DL 그룹이 지원을 거부하면서다.
김영옥 기자

자금 수혈을 둘러싼 양사 입장은 엇갈렸다. 한화 측은 “지원을 끊으면 당장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2조원 이상 배당을 가져간 DL이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자금을 들여 적기에 자구책만 실행하면 여천NCC도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DL 측은 “지난 3월에도 두 회사가 1000억원씩 증자했는데 바뀐 것 없이 돈만 먹는다. 자금난은 과장됐고, 부도도 쉽게 일어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해욱 DL 회장은 지난달 말 회의에서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넣을 수 없다”며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도 불사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 DL 측이 한발 물러섰다. 여천NCC가 국내 대표 석화 업체 중 하나인 만큼 부도로 내몰 경우 부담이 컸다. 석화 업계는 물론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협력사 피해로 번질 수 있는 데다 대주주로서 책임 등이 부각되면서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문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일단 진화한 성격이 크다.

양사 합의로 여천NCC는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석화 산업을 위기에 빠뜨린 중국발 저가 제품 공세는 여전하다. 기초·범용 제품인 에틸렌을 만드는 여천NCC 사업 구조가 단시일 내 바뀔 가능성도 작다. 무엇보다 에틸렌 공급 가격을 두고 양사 시각차가 큰 상황이라 갈등 소지가 남았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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