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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마지막 '거리 신문판매원'에 국가 공로 훈장

연합뉴스

2025.08.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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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지구 생제르맹데프레에서 50년 넘게 활동
프랑스서 마지막 '거리 신문판매원'에 국가 공로 훈장
문화·역사 지구 생제르맹데프레에서 50년 넘게 활동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의 마지막 '거리 신문 판매원'이 훈장을 받게 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 알리 아크바르(73) 씨는 다음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국가 공로 훈장을 받는다.
1970년대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그는 역사·문화 중심지구인 생제르맹데프레 거리에서 50년 이상 신문을 팔았다. 마크롱 대통령도 과거 그의 고객이었다.
아크바르 씨는 "그(마크롱 대통령)가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학생이었을 때, 그는 나에게 커피나 레드와인 한 잔을 사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처음 거리에서 신문을 팔 때만 해도 40명의 판매원이 있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한 시간 만에 르몽드 신문 80부를 팔 수 있었다"며 "지금은 10시간을 일해도 30부밖에 팔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 가판대에서 르몽드를 사서 이를 판매해 판매가의 절반을 수익으로 얻어 하루 약 60유로(약 9만원)를 벌고 있다.
50년 넘게 이 구역에서 신문을 팔아 온 그는 유머 감각과 친절한 성격으로 동네 유명 인사가 됐다. 22년간 아크바르 씨에게서 신문을 사 온 한 갤러리 주인은 그의 충성스러움, 미소, 친절함을 칭찬했다.

하루 평균 약 13㎞를 걸어 다니는 그의 판매 구역엔 생제르맹데프레의 문학 카페인 카페 드 플로르와 레 되 마고가 있다. 이 카페들은 과거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 카뮈,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스카 와일드 등 유명 지식인·예술인이 단골이었다.
그가 처음 판매한 신문은 1면에 교황 풍자 기사를 실은 주간지인 샤를리 에브도였다. 당시 프랑스어를 몰랐던 그에게 한 학생이 1면 표지를 영어로 번역해 알려주자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는 "내 나라에서는 이슬람에 대해 한마디만 해도 죽일 수 있으니까 두려웠다"며 "이걸(풍자지) 보고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아크바르 씨는 사양길에 접어들고 수익도 없는 사업에 계속 남기로 한 이유는 남 밑에서 일하지 않고 스스로 주인이 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자유를 사랑한다. 누구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파키스탄에서는 잔인하게 착취당했다. 그래서 다시는 착취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최소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는 이제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기쁨을 위해 신문을 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기쁨 속에서 살 수 있도록 웃게 만드는 걸 사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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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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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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