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LA FC로 떠난 ‘캡틴 손’의 빈자리가 토트넘을 급격히 무너뜨리고 있다.
토트넘은 8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친선 경기에서 0-4로 참패했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단순한 대패지만, 경기 내용과 분위기는 더 참담했다. 해리 케인과 킹슬리 코망, 마이클 올리세, 교체 투입된 아사레에게 차례로 골을 내주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특히 손흥민이 오랫동안 지켜온 왼쪽 날개 자리와 수비 한 축이 완전히 붕괴됐다.
문제의 중심에는 손흥민의 대체자로 기회를 받은 브레넌 존슨과 제드 스펜스가 있었다. 영국 ‘풋볼런던’은 경기 직후 두 선수의 이름을 콕 집어 비판했다.
매체는 “존슨은 왼쪽에서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이에른 수비를 위협하지도 못했고, 파이널 서드에서는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후반 15분에 교체된 건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혹평했다. 이어 스펜스에 대해서는 “아스날전에서 부카요 사카를 봉쇄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이 악화됐고, 올리세와 코망에게 농락당했다. 후반 교체 후 벤치로 걸어오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감독은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고 전했다.
영국 ‘스퍼스웹’ 역시 “존슨은 손흥민의 후계자 자리를 설득력 있게 차지하지 못했다. 바이에른 수비를 전혀 흔들지 못했고, 위협적인 장면은 단 하나도 없었다. 손흥민이 남아 있었다면 이런 무기력함은 없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 이 모든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손흥민은 지난달 말 MLS LAFC로 이적하며 토트넘과 9년 동행을 마무리했다. 2015년 입단 이후 406경기 162골 81도움, 구단 역사상 손꼽히는 레전드로 자리매김한 그는,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선수 최초 득점왕,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의 이적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의 반응은 눈물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토트넘의 심장과도 같던 손흥민이 떠난다”는 평가가 나왔고, 팀 동료들은 SNS를 통해 “그와 함께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작별 인사를 전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경기력뿐 아니라 드레싱룸 리더십과 팀 결속력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구단은 재정적 유혹과 세대교체 명분을 선택했고, 그 결과 브레넌 존슨이 손흥민의 포지션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MLS로 떠난 손흥민이 LAFC 데뷔전에서 단 20분 만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존재감을 폭발시키는 동안, 토트넘의 왼쪽은 바이에른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팬들은 경기 후 “손흥민의 공백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케인과 손흥민이 모두 떠난 팀은 평범한 중위권 팀일 뿐”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손흥민이 남아 있었다면 케인과 맞서는 장면을 봤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패는 단순한 친선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손흥민이 떠난 지 한 달도 안 돼 토트넘의 공격 밸런스와 측면 장악력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안그리 감독에게도 경고음이 울렸다. 대체자들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시즌 개막 후 곧바로 전술 수정이나 새로운 영입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손 없는 토트넘’은 과연 시즌 막판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팬들의 우려처럼, 이번 바이에른전 참패가 몰락의 신호탄이 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손흥민이 남긴 존재감이 여전히 토트넘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