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 평화 안올 것"…우크라 동부전선에선 회의론
'영토 양보 거론' 도네츠크 "협상 때마다 러 공세만 강화"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휴전과 관련한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뒀지만, 우크라이나 전방은 평화와는 전혀 동떨어진 분위기라고 AP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선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조기 종전론을 꺼내 들며 휴전을 중재하고 나선 지 몇 개월이 지나도록 결과는 나타나지 않자 오는 15일 알래스카 회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영토 교환'을 언급하고 주요 외신은 동부 도네츠크주 전체를 러시아에 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 지역의 장병들 사이에서는 혼란과 거부감이 일고 있다.
이 매체가 만난 상당수 군인은 휴전 협상이 되더라도 전쟁 종식은 없이 러시아가 잠깐 전투를 멈추고 전열을 재정비한 뒤 더 큰 공세를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제148여단의 병사 드미트로 로비니우코우는 "최소한 지금의 교전이 중단되면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나왔다는 첫 징후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로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회의론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가 협상 중일 때 최전선에서는 오히려 공세를 더욱 강화해 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휴전 아니면 제재를 경고했던 시한(8월 8일) 직전 러시아군은 몇 시간에 걸쳐 포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쪽 병사들은 "시한이 다가오니 포격이 심해졌나보다"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한때 6만명 도시였던 도네츠크주의 포트로우스크는 올여름 러시아가 진격하면서 전투의 중심이 됐다. 러시아군이 도시 주변부에서 조여 들어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도심에서 버티면서 아직 시가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제68여단의 미르츠헤는 협상 소식이 나올 때마다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러시아의 적대행위는 더 거세진다면서 "평화 협상이 시작될 때마다 전선은 더 무서워진다"고 토로했다.
제59여단의 지휘관인 세르히 필리모노우도 종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포크로우스크를 둘러싼 전투에서 부대의 전열을 갖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는 상황에 현재 회담과 관련해 오가는 뉴스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가 멈출 것이라는 환상은 없다"며 "휴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4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병사가 3년 반 전 러시아의 침공 초기에 입대했다. 일부는 잠시 복무하고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일부는 앞날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로비니우코우는 "여기가 우리 땅이고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다"며 "다른 방도가 없어서 여기 있다. 누구도 우리를 방어하러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선에서 45㎞ 떨어진 곳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병사 콤라드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면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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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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