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엔 할머님들을 위로해드리려 만들었는데, 지금은 이분들 이야기를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개봉을 결정했죠.”(강지연 대표)
광복 80주년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14일)을 맞아 13일 재개봉하는 한국 영화가 있다.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코미디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다. 개봉 당시 약 320만명의 관객과 만났던 이 영화는 2007년 미국 하원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실화를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다뤄 호평 받았다.
이 영화의 숨은 일등공신이 제작사 대표인 강지연(50) 씨다. 1999년 영화 마케팅으로 영화계에 입문, 11년간 영화 홍보 업무를 해 온 강 대표는 2014년부터 영화사 시선의 대표로 일했다. 지난 10일 재개봉을 기념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배급사 마노엔터테인먼트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강 대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재개봉을 한 데에 대해 “일본의 사과도 필요하지만 그전에 할머님들이 이렇게 이뤄낸 성과, 우리가 이겨낸 통쾌한 사건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영화 기획 계기에 대해 “영화 제작사 기획실에서 일할 때, 새로운 시나리오 작품들을 검토하는 일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고 했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적나라하게 담긴 시나리오를 수차례 검토하다 직접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대중영화로서 관객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그렇게 2008년부터 ‘아이 캔 스피크’ 준비를 시작했다.
진정성 가득한 강지연 대표의 기획과,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를 만들어내는 김현석 감독의 연출, 거기에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가 만나 ‘아이 캔 스피크’가 탄생했다.
영화는 유쾌한 ‘민원 왕 할머니’ 나옥분(나문희)을 사랑스럽게 묘사하는 것에 먼저 집중했다. 마을의 불법행위를 씩씩하게 잡아내고, 영어 회화를 배우러 다니는 옥분은 자신과 비슷한 ‘원칙주의자’이자 민원담당 공무원인 박민재(이제훈)와 계속해서 부딪힌다. 옥분과 민재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옥분의 과거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이 등장한다.
영화 개봉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2017년 36명에서 현재 6명으로 줄었다. 2023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로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또 다른 승리를 일궈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을 받거나,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는 일은 전망이 불투명하다.
매해 광복절마다 “(광복절 특집 방영으로) ‘아이 캔 스피크’를 이제야 만났다”는 반응을 듣는다는 강 대표는 “이번 재개봉을 통해 새로운 관객들, 특히 젊은 분들이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아니더라도, 계속 이 일을 환기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