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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바뀌는 청년적금…청년들 “헷갈려요”

중앙일보

2025.08.11 08:02 2025.08.1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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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청년미래적금 도입

직장인 박모(29)씨는 지난해부터 청년도약계좌에 적금을 붓고 있다. 납입금은 월 70만원으로 한도를 꽉 채웠다. 5년이면 정부의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 등을 합쳐 5000만원의 목돈이 생긴다. 일반 적금 금리로 환산하면 연 9%가 넘는 알짜 상품이다. 하지만 박 씨는 “기간이 5년으로 길다 보니 친구들은 가입을 망설이거나 중간에 해지하기도 한다”며 “이번 정부에선 청년미래적금이 나온다고 하는데 뭐가 더 좋은 건지, 갈아탈 수는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청년 자산 형성 제도의 간판이 바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청년도약계좌가 사실상 올해로 폐지되고, 대신 이재명 정부의 청년미래적금이 내년부터 도입된다.

11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청년미래적금의 윤곽이 다음 달 중에 공개된다. 금융위원회가 총괄해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등과 관련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청년미래적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2016년 시범 도입된 내일채움공제를 확대·개편한 ‘시즌 2’를 표방한다. 과거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사업주와 청년 근로자가 함께 공제금을 적립하고, 여기에 정부가 지원금을 더해 목돈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청년미래적금은 소득이 일정 수준보다 낮은 청년(만 19~34세)이 납입하면 정부가 일정 비율을 추가 적립하는 형태다. 중소기업 장기 재직자에겐 혜택을 제공한다. 공약에선 정부가 최대 25% 수준을 매칭해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기재부는 예산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보이는 중이다. 가입 기간은 선택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가입 기간이 5년으로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었다”며 “청년미래적금은 최대 3년으로 1·2·3년의 기간 중에 선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자 비과세 혜택도 포함된다. 앞서 기재부는 청년도약계좌의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에 끝나는 것을 두고 “일종의 중복 제도 정비”(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가입자는 약정한 기간까지 혜택이 유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두 상품 대상자의 성격이 겹치는 만큼 중복 가입이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을 겨냥한 정책금융의 성패는 가입률뿐 아니라 중도이탈자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정무위원회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율은 2023년 말 8.2%에서 지난해 말 14.7%로 뛰었다. 올해 4월 기준 15.3%에 달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예정처는 “취업 시장의 어려움으로 인한 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지출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만 바뀌는 상품들에 대한 혼란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한 내일채움공제 시범 사업은 문재인 정부에선 중소기업 취업 장려 차원에서 규모를 확대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예산이 깎이고 신규 가입이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은 윤석열 정부에선 아예 판매가 중지됐다.

이아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상품이 해지가 되느냐, 중복 가입이 되느냐를 두고 청년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며 “장기간 자산을 축적해 나갈 수 있도록 기존 상품에 이어 가입하면 인센티브(혜택)를 주는 식의 확실한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정근주 분석관은 “단편적 성과보다는 생애 주기 전반을 고려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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