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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국의 강’에 다시 빠진 여권

중앙일보

2025.08.11 08:34 2025.08.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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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된 8ㆍ15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입시 비리 인정 안 했는데 특별사면에 복권까지



무원칙한 사면권 행사, 공정과 통합의 가치 훼손

어제(11일) 정부가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민생사범과 정치인이 포함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여권에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와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등이 사면복권됐다. 야권에서는 홍문종·정찬민·하영제 전 의원 등이 대상에 올랐다. 정부는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취임 2개월 만에 정치인을 사면복권한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특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입시 비리를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았는데, 형기의 3분의 1 정도만 마친 상황에서 풀려나게 됐다. 복권까지 됐으니 피선거권도 회복된다. 조국혁신당이 지난 대선에서 따로 후보를 내지 않은 보은성 특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국 사태 당시 검찰의 수사 범위가 과도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자녀의 입시 비리 혐의는 대부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검찰이 사건을 조작하거나 무리하게 기소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서 공정을 부르짖었지만, 고위 공직자로선 위선과 내로남불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와 단절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을 놓고 ‘조국의 강’ ‘조국의 늪’에 빠졌다는 표현이 회자하기도 했다. 이 불씨가 다시 점화될 수도 있다. 그를 감싸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과거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 내에서도 조 전 대표 사면을 비판한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입시의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인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나 인정이 없었다”며 “공정과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 최후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범여권 전체로는 어렵게 건넌 강으로 돌아가 다시 강에 빠지는 위험을 자초했다.

후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윤미향 전 의원도 혐의 인정이나 반성이 없었음에도 사면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비리 정치인을 사면한 것도 부적절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각종 사고가 일어나면 엄히 책임을 묻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면하면 엄단 의지가 희석되고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6.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6.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취임 후 낙폭이 가장 컸다.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을 탈당한 이춘석 의원 사건이나 정치인 특별사면 추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공행진하던 대통령 지지도가 흔들린다면 향후 국정 운영 전반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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