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1일 사면·복권되면서 범여권 정치 지형이 꿈틀대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정치 복귀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혁신당 지도부는 이날 조 전 대표 사면 발표 시점에 맞춰 90도로 허리를 숙여 국민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혁신당 관계자는 “복귀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당 차원에서는 가능한 빨리 복귀할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혁신당 내부에선 전당대회를 통한 당 대표 복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조 전 대표의 정치 복귀가 당장 내년 지방선거의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전 대표 본인이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중량감 있는 지역구를 노릴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조국이 나온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가 나온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혁신당과 민주당의 관계 설정을 두고도 범여권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된다. 우선은 조 전 대표 복귀로 민주·혁신 양당이 진보 진영 내 지분을 놓고 경쟁적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형 혁신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전 대표 본인이 우리는 민주당 보다 약간 왼쪽을 지향한다고 했다”며 “지금 정의당이 없는 상황에서 공백이 크지 않나. 양당 구조를 깰 3당·4당이 필요하다면 조 전 대표가 나와서 이 부분을 채우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선명하게 행동하겠다”는 혁신당 슬로건처럼 선명한 진보 색채를 과시해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부·여당과 노선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개혁’ 등 이슈에서 혁신당은 선명성 등을 강조할 방침이다. 그간 혁신당 내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이 수사·기소 분리 실무를 이끄는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 전 대표 등의 부재로 대응에 한계가 있었지만, 향후에는 선명성 강한 주장이 더 힘을 얻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혁신당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이제 혁신당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 등을 두고도 향후 민주당과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이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권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당 강령 첫 머리에 두고 있어서다. 또 혁신당이 원내 12석의 군소 정당인 만큼 ▶교섭단체 기준 완화(10석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두고도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혁신당의 한 의원은 “정치 개혁 과제 완수를 위해 중앙정치에서 조 전 대표가 할 일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부산시장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시각도 당 내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혁신당 내부에선 민주당과 전면적 경쟁에 나설 교두보로 호남을 꼽고 있다. 4월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정철원 군수를 혁신당 소속으로 당선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혁신당의 한 의원은 “호남에선 민주당과 단일화 없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호남 기초의원 선거에선 50% 당선이 목표”라며 “그외 지역이나 단체장 선거에선 1대1 구도 형성을 위해 단일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에선 경쟁 하되, 그외 지역에선 공생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합당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대선 때 함께 승리했고 생각·이념·목표가 같다면 함께 살아야지 왜 다른 집 살림을 하느냐. 통합하면 지선·총선·대선 승리한다”고 썼다. 야권에선 담양군수 선거 패배 당시 선거를 진두지휘한 지역구 의원 책임론이 불거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비명횡사’ 공천으로 사분오열 된 친문계가 장기적으로 조 전 대표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9일 조 전 대표가 수감생활 중 쓴 글을 모아 만든 책 ‘조국의 공부’를 추천하며 “그가 처해있는 상황은 너무 안타깝지만 그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참 고맙게 생각이 된다”며 그에게 힘을 실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당장 움직이긴 어렵겠지만 조 전 대표가 4050에 탄탄한 팬덤이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원외 친문계 인사 등과 함께 천천히 독자 세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