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 줄었는데 워싱턴 치안권 장악…트럼프, 민주당 안방 조준
LA·뉴욕·볼티모어·시카고·오클랜드 추가 조치 거론…모두 민주당 흑인 시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수도인 워싱턴 DC의 치안이 엉망이라며 이 도시의 치안권을 연방정부가 직접 장악해 행사토록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강력범죄가 감소 추세라는 지적이 미국 언론매체들로부터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경찰국을 연방정부 직접 통제하에 두고 주방위군을 투입해 수도 치안 강화에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과 대통령 메모에 서명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973년 의회에서 통과된 'DC 자치법'에 포함된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 지시에 따라 30일간 워싱턴DC 경찰청의 운영권을 연방정부가 직접 행사할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수사국(FBI) 등 워싱턴DC 소재 연방기관들로부터 약 500명의 법집행 공무원들을 차출해 순찰 업무를 맡기거나 현지 경찰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길 예정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취재원들이 NYT에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주), 볼티모어(메릴랜드주), 오클랜드(캘리포니아주), 뉴욕(뉴욕주), 시카고(일리노이주)를 거명하면서 "나쁘다, 아주 나쁘다"며 이 도시들의 치안에도 연방정부가 주방위군 투입 등을 통해 직접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워싱턴DC와 이들 5개 도시의 강력범죄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은 지적했다.
NYT가 인용한 워싱턴DC 경찰국 통계에 따르면 이 도시의 강력범죄는 최근 수년간 감소 추세이며, 2023년에 일시적으로 치솟았으나 그 이듬해에 35% 감소했으며 올해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 추세가 8월 10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 치솟은 강력범죄 건수도 2010∼2016년보다는 적으며, 올해 건수는 2010년 이래 최소 수준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주요 대도시 수장들의 협의체가 68개 법집행기관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인용해 작년에 미국 주요 대도시들에서 살인 건수가 19% 감소했다고 전했다.
강력범죄 건수로 보면 재작년 대비 작년에 오클랜드는 19%, 볼티모어는 17% 감소했다.
시카고와 뉴욕에서도 전반적인 범죄 건수와 살인, 강도 등 주요 강력범죄 건수가 2023년 대비 감소한 상태다.
워싱턴DC의 뮤리얼 바우저 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우려스럽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패멀라 스미스 워싱턴DC 경찰청장은 청장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우저 시장은 워싱턴DC 경찰청의 운영권한을 일시적으로 연방정부가 가져가는 것이 법상 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 시 정부가 강력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한 일이 별로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명한 다른 도시들의 시장들도 즉각 반발했다.
시카고의 브랜던 존슨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카고에 주방위군을 투입할 경우 "불안정을 일으키고 공공 안전을 위한 우리 노력을 해치기만 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작년에만 살인사건이 30% 이상, 총기발사 사건이 4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존슨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 방지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하고 총기 폭력 방지 조직을 해체했다고 지적하면서 "만약 시카고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거든 범죄와 폭력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했던 폭력방지 프로그램들의 예산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워싱턴DC에서 약 60㎞ 거리에 있는 볼티모어의 브랜던 스콧 시장과 메릴랜드주의 웨스 무어 주지사 등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강력범죄가 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순전한 거짓말"이라며 반박했다.
이들은 볼티모어는 워싱턴DC와 마찬가지로 공공안전이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2021년 이래 살인 건수가 4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5개 도시를 거론 대상으로 삼은 구체적 근거나 이유는 대지 않았으나, 이들 도시는 모두 워싱턴DC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소속 흑인 정치인들이 시장직을 맡고 있으며, 해당 도시들이 속한 주의 주지사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들 중 워싱턴DC의 뮤리얼 바우저, 로스앤젤레스의 캐런 베이스, 오클랜드의 바버라 리는 흑인 여성이며, 시카고의 브랜던 존슨, 볼티모어의 브랜던 스콧, 뉴욕의 에릭 애덤스는 흑인 남성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수준의 연방 통제 강화 조치"라며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시에 민주당이 장악한 도시들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또다른 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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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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