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반 동안 산업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은 사례가 23만 건 이상 적발됐다. 이는 사업주가 산재 발생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려 고의로 은폐하는 경우가 있어, 피해 근로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공단이 적발한 산재 은폐·미신고 건수는 총 23만6512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약 4만3000건이며, 이로 인해 부당하게 지급된 금액은 약 328억원에 달했다.
실제 사례로는 차량에 물건을 싣다 추락해 27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노동자가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건강보험으로 치료비 3000만원을 부담한 경우가 있었다.
업무 중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면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비와 휴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으며, 건강보험과 중복 보장은 불가능하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청구 중 산재로 의심되는 사례를 재확인해 적발하며, 해당 건은 산재로 전환 처리하고 이미 지급된 비용은 근로복지공단에서 환수한다.
적발 사례 중에는 피해자가 산재임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으나, 사업주가 행정·사법적 조치나 보험료 할증을 피하려 고의 은폐를 종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피해 근로자의 치료비·휴업급여 보상 누락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진다.
2018년 건보공단이 서울대에 의뢰한 연구에서는 산재 은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이 연간 최소 277억원에서 최대 321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김선민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에 대한 엄벌을 지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은폐가 빈번하다”며 “의료기관 진료 시 산재와 건강보험을 즉시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