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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참상' 알리다 폭사 취재진 장례 엄수…국제사회 분노 고조

연합뉴스

2025.08.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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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받은 '가자지구의 용감한 기자'…"가자를 잊지 말아달라" "증거 없는 공격"…유엔·앰네스티·마크롱·스타머 등 규탄 가세 이스라엘, 해외언론 차단 속 가자전쟁으로 기자 186명 사망
'가자 참상' 알리다 폭사 취재진 장례 엄수…국제사회 분노 고조
퓰리처상 받은 '가자지구의 용감한 기자'…"가자를 잊지 말아달라"
"증거 없는 공격"…유엔·앰네스티·마크롱·스타머 등 규탄 가세
이스라엘, 해외언론 차단 속 가자전쟁으로 기자 186명 사망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아나스 알샤리프(28) 기자를 포함한 알자지라 취재진 5명과 프리랜서 기자 1명의 장례식이 11일(현지시간) 엄수됐다.
AFP·로이터 통신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장례식은 이날 가자지구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부지에서 진행됐다. 수십명의 조문객은 팔레스타인 국기와 언론인 표식으로 감싼 시신을 어깨에 지고 장지까지 운구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알시파 병원 정문 밖에 설치된 취재용 천막 안에 있다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사망자 중 한 명인 알샤리프는 알자지라의 가자지구 통신원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이 해외 언론의 가자지구 진입을 차단한 상황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민간인의 기아 문제 등을 꾸준히 보도해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미디어팀에서 일했던 그의 운명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같은 해 12월 고향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이스라엘 공습을 촬영한 그의 소셜미디어(SNS) 영상이 화제가 되자 알자지라는 그를 전격 영입했다.
아들이 국제적인 언론사에 취직한 것을 누구보다 기뻐했던 그의 아버지는 알샤리프가 알자지라에 출연하기 시작한 직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졌다.
4살 딸 샴과 1살 아들 살라를 둔 그는 가족과 떨어진 채 가자지구 북부에서 목숨을 걸고 취재 활동을 이어왔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 미리 작성해둔 마지막 메시지는 그의 사망 직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
그는 여기에서 "이 글이 당신에게 닿는다면 이스라엘이 나를 죽이고 내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나는 진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한 번도 주저한 적이 없다"고 썼다.
이어 "가자지구를 잊지 말아 달라"며 "그리고 용서와 인정을 구하는 당신의 진실한 기도 속에서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알샤리프 기자가 하마스의 일원이었다며 공습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알샤리프가 하마스 세포 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과 민간인 군부대에 대한 로켓 공격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군은 알샤리프를 하마스 소속 기자 6명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압수한 문서라며 소속 대원의 명단, 급여명세서 등을 공개했는데 목록에 해당 기자들의 이름과 일치하는 성명이 적혀 있었다.
알자지라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알자지라는 알샤리프를 "가자에서 가장 용감한 기자 중 한 명"이라고 칭하며 이 공격은 "가자 점령을 앞두고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필사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알자지라 영어 채널 뉴스 담당 국장인 살라 네금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자신의 욕망과 서사, 가자나 다른 지역에 대한 계획을 따르지 않는 모든 것은 하마스 일원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알샤리프 역시 생전에 자신이 하마스의 일원이었다는 주장을 부인해왔다. 영국 BBC는 알샤리프가 일부 SNS 게시물에서 하마스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샤리프는 지난해 로이터 사진 기자팀의 일원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취재해 속보 사진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타기도 했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지난달 성명에서 알샤리프의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스라엘이 "신뢰할만한 증거 없이" 언론인을 무장세력으로 규정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CPJ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186명의 언론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언론인 표적 살해 사건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촉구하며 "기자와 언론 종사자는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하며 두려움과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일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군이 기자들을 고의로 살해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팔레스타인 기자들의 살해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게 정의와 완전한 배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가자지구에서 언론인들이 반복적으로 표적이 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 지도자들도 평화를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이 발표한 가자시티 점령 계획에 대해 '전례 없는 재앙'이라고 표현한 뒤 "(하마스에 잡혀 있는) 이스라엘 인질과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 전략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가자 전쟁이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기자들이 안전하게 방해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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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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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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