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호 프로 연덕춘, 일본 오픈 우승 한국 이름 되찾았다
연 전 고문은 1941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프로골프 최고 권위 대회인 일본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2오버파 290타로 한국인 최초 국제대회 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일본골프협회(JGA) 기록과 우승컵에는 ‘노부하라 도쿠하루’라는 일본인의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KPGA와 대한골프협회(KGA)는 지난해 JGA에 국적·이름 정정을 요청했고, 광복 80주년·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4월 이를 관철했다.
행사에 참가한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는 “연덕춘 고문은 정치적인 배경 때문에 한국 이름을 쓰지 못하고 일본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했다”며 “정정 요청을 받은 뒤 만장일치로 기록을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야마나카는 또 “JGA는 올해부터 외국인에게도 명예의 전당 문호를 열었고 연덕춘 전 고문은 일본 오픈 우승자로서의 상징성이 커 헌액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원섭 KPGA 회장은 “연 전 고문은 한국 골프의 뿌리”라며 “이번 복원과 정정은 한국 골프의 정통성을 각인한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실된 일본 오픈 우승 트로피도 이날 복원돼 공개됐으며, 독립기념관에 전시된다. 일본 오픈은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연 전 고문이 우승한 후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연 전 고문은 우승컵을 한국에 가져와 보관하다 한국 전쟁 피난길에 나서면서 집에 숨겨 놨다가 유실됐다.
1916년 서울에서 태어난 연 전 고문은 경성골프클럽 군자리 코스(현 어린이 대공원)에서 캐디로 일하면서 골프를 알게 됐고 18세이던 1934년 일본으로 건너가 이듬해 프로 자격을 취득했다. 1941년 일본 오픈 우승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과 함께 일제강점기 속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였다.
연 전 고문은 1958년 한국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 KPGA 선수권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1968년 KPGA 창립을 주도했다. 2004년 별세할 때까지 한국 골프 발전에 헌신했으며, KPGA는 그의 업적을 기려 1980년부터 최저타수상을 ‘덕춘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성호준([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