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부터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러시아 수출 경험이 있는 한국 기업들도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1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한-러 교역구조 변화와 향후 수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 528개사 중 79.2%가 향후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수출 재개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 회복 가능성’과 ‘기존 바이어의 요청 또는 관계 유지’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진출 의향이 없다는 기업은 6%에 불과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45억3000만 달러(약 6조3000억 원)로, 2021년(100억 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러시아 수출 기업 수는 4003개사에서 1861개사로 급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출통제가 이뤄진 영향이다.
러시아 수출길이 끊긴 기업들은 대체시장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응답 기업의 37.2%만이 다른 국가에 진출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러시아 시장에 특화된 제품이 많아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웠고, 대체 시장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다.
러시아 시장 회복 가능성에 대해선 응답 기업의 과반인 51.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러시아가 다시 유효한 전략시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기업들은 수출 재개의 우려 요인으로 ‘결제 및 환율 리스크(69.9%)’, ‘물류 및 운송환경(44.6%)’, ‘지정학적 불안정성(43.2%)’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제재 관련 정보 제공, 금융 및 수출 보험, 물류·통관 지원 등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제사회는 러·우 전쟁 종전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각각 만나 협상을 주도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긴급외교장관회의를 열어 EU 역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3자 회담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서경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전후 복원 수요와 인접 시장과의 연계 가능성을 감안하면 러시아는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라며 “복원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교역 재개 로드맵을 수립하는 한편, 민관의 전략적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