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이승만 정권 부정선거에 맞선 3·15의거 당시 경찰 고문을 당한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3·15의거 진상규명 사건 중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4단독 재판부는 지난 2월 6일 원고인 3·15 피해자 천모씨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천씨 유족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위자료 1770만원 지급을 청구했고, 법원은 국가가 1166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지난 3월 판결이 확정됐다.
━
경찰 체포 후 고문…2004년 4·19혁명 공로자로 등록
1960년 경남 창원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천씨(당시 52세)는 자유당 정권 부정선거에 항거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주모자로 몰려 부인과 함께 체포됐다. 그는 1960년 3월 16일 마산경찰서 오동동 파출소로 끌려가 구타당했다. 부모가 체포됐단 소식에 오동동 파출소를 찾았던 천씨 딸도 경찰관에게 폭행당했다. 당시 천씨 딸은 임신 8개월이었다고 한다.
천씨는 경찰에게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고, 소요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은 1960년 4월 11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천씨는 고문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채 1986년 사망했다. 그의 부인은 1984년 숨졌다.
천씨가 사망한 지 20년이 다 돼가던 2004년, 국가유공자법에 규정된 4·19혁명 공로자로 등록됐다. 딸은 2010년 4·19혁명 공로자로 인정받았다. 이어 진실화해위원회는 2022년 천씨와 딸 피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위법하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
3.15의거 진실규명 466건 중 국가 책임 첫 인정…소송 잇따를 듯
이에 유족은 지난해 3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한 차례 변론을 거쳐 위자료 1166만원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시위 참여자라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경찰에 체포돼 경찰서 등에 구금되고 재판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고문을 당했다”며 “이와 같은 대한민국 공무원 행위는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일 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와 생명권, 적법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3.15의거 관련 진실규명을 결정한 466건 가운데 정신적 피해 위자료가 인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 이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