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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손잡은 포드 "2년 뒤 가성비 전기 픽업트럭 출시"…모델 T 혁신 재현

중앙일보

2025.08.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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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50억 달러(약 6조9600억 원)를 투입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이던 전략에서 벗어나 가격을 낮춘 전기 픽업트럭·SUV로 대중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공장에서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중형 전기 픽업트럭(가격 3만 달러·약 4180만 원)을 시작으로, 4만 달러(약 5560만 원) 이하의 크로스오버 SUV, 승차 호출용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4만 달러는 미국 신차 평균가보다 약 1만 달러(약 1400만 원) 낮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루이빌 조립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날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획은 포드의 ‘모델 T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모델 T는 헨리 포드가 1908년 컨베이어 벨트 방식을 도입해 대량 생산·소비 시대를 연 상징적인 차량이다. 그는 “새 전기차 라인은 중국 비야디(BYD) 등 글로벌 저가 전기차 업체들의 세 확산에 맞선 승부수이자, 대형차 위주의 기존 전동화 전략에서 벗어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가격 인하의 핵심은 새로 개발한 범용 전기차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부품 수를 20% 줄이고 조립 시간을 15% 단축해 생산 단가를 낮출 계획이다. 루이빌 공장에는 20억 달러(약 2조7800억 원)를 투자해 내연기관차 ‘이스케이프’ 생산라인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한다. 기존 직선형 조립 라인 대신 ‘어셈블리 트리’라는 신공정을 도입해 부품·작업대를 경량화하고 효율을 높인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투트랙’ 전략을 쓴다. 보급형 전기차에는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고급형 전기차에는 주행 성능이 뛰어난 NCM 배터리를 탑재한다. LFP 배터리는 미시간주 마셜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할 신규 공장에서 생산하며, 포드가 공장 건설을 맡고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기술 지원을 한다. 미국 완성차 업체가 LFP 배터리를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CM 배터리는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공급받는다.

포드가 전기차 전략 수정을 선언하기 전까지 수업료는 적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기차 사업에서 51억 달러(약 7조920억 원)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2억 달러(약 3조597억 원)의 적자를 냈다. 팔리 CEO는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용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며 “새 전략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위험을 감수하는 내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미국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제너럴모터스(GM)이 전 차종 전동화에 집중하는 동안, 포드는 가격 경쟁력과 생산 혁신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며 “중국 저가 전기차 공세 속에서 차별화 전략이 될 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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