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강원FC 내년K리그 강릉에서만 연다… 춘천, 재공모 응하지 않아

중앙일보

2025.08.12 00:02 2025.08.12 00:0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프로축구 강원FC 김병지 대표이사와 구단주인 김진태 강원도지사. [사진 프로축구연맹]
내년 K리그1와 코리아컵의 강원도민구단 강원FC의 홈경기가 강릉에서만 열린다. 춘천에서는 더는 열리지 않는다.

12일 오후 3시 마감된 2026년 강원FC 홈경기 지원 재공모에 춘천시가 응하지 않고 강릉시가 단독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강원FC는 “이번 공모에서 ‘개최지원금’ 단일 항목을 평가 기준으로 적용했다. 모든 대상 지자체에 동일한 기준과 조건을 제공했으며, 제출된 신청서에 따라 결과가 확정됐다”며“강릉시는 지난 3년과 동일한 경기당 8000만원으로 내년도 전 경기를 개최한다. 신청이 한 곳에서만 이뤄짐에 따라 분산 개최는 무산됐다"고 밝혔다.

춘천시가 재공모에 나서지 않은 건 예견된 일이었다.

강원FC와 춘천시의 갈등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강원FC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을 확보했다. AFC가 요구하는 경기장 기준을 맞추기 위해 강원FC와 춘천시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 4월 김병지 강원FC 대표가 춘천과 강릉의 K리그 관중 수와 시즌권 판매량 등을 거론하며 춘천의 홈경기 배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갈등이 증폭됐다.

지난 5월 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리그 수원FC와 강원FC의 경기에서는 킥오프 수 시간 전부터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경기장 곳곳에 내걸렸다. 이에 강원FC는 춘천시에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이날 육동한 춘천시장의 경기장 출입을 막았다. 춘천시와 강원FC의 1차 충돌이었다. 지난 5월 12일 김진태 강원지사는 “구단주로서 대신 사과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진태(오른쪽) 강원지사는 2022년 6월부터 도정을 이끌고 있다. 강원FC의 구단주도 맡고 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는 2022년 12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국민의힘 최성현 후보를 0.78%차로 가까스로 누르고 시장이 됐다. 연합뉴스

갈등의 불씨가 남은 상황에서도 구단과 춘천시는 ACLE 홈경기 개최를 위한 협의를 이어갔고 지난 6월 9일 강원FC는 AFC로부터 ACLE 춘천 홈경기 개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강원FC가 2026 시즌 홈경기 개최 공모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재점화했다. 강원FC는 3년간 강릉시와 춘천시의 분산 개최 협약이 종료됨에 따라 다음시즌 개최지를 공모했다. 지원금을 내년 홈경기 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육 춘천시장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춘천시는 강릉시와 마찬가지로 강원FC의 메이저 스폰서”라며 “지자체를 끌어들여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강원FC는 “두 도시가 모두 하반기 개최를 원한다”며 공모를 통해 기회를 열어준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춘천시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 4월 김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춘천시민에 대한 모독 발언에 이어 5월 춘천 홈경기 경기장을 방문한 춘천시장에 대한 일방적 출입제한에 대해 공식 사과를 발표하지 않았다”며 “오랜 기간 강원FC를 응원한 시민과 축구 팬에 대한 공식 사과 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년을 바라보는 게 본질”이라고 강원FC를 성토했다.

육동한 춘천시장이 지난 26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춘천시민축구단과 대전코레일FC의 경기에 앞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춘천시는 “강원FC가 춘천시민에 대한 진실한 사과를 선행하지 않는 한 강원FC와 어떠한 논의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언대로 춘천시는 강원FC의 홈경기 개최지 공모와 재공모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논란은 지역 정치권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강원FC는 도민들이 주주가 돼 창단되고 도민 혈세로 운영되는 구단”이라며 “강원FC가 지자체 간 혈세 경쟁을 부추기고 지역별 팬심마저 분열시키는데 공식 사과가 우선”이라고 공모 절차에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춘천시의원들은 지난달 “춘천시가 강원FC를 아끼는 도민과 축구팬들을 배신한 것이며 그동안 스포츠를 정치적 이해로만 대한 것”이라며 “스포츠를 통한 행복을 시민에게 되돌려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듣도보지도 못한 입찰 방식을 갑자기 들고나온 이유가 의심스럽다. 춘천시와 갈등을 일으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김진태 강원지사와 김 강원FC대표를 향해 “춘천과 강릉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적했다.

강원FC 관계자는 “축구가 아니라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축구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달라”며 공모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