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본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개막한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 재일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2년 연속 출전했다. 지난해 창단 25년 만에 고시엔 첫 정상에 오른 교토국제고는 올해 2연패에 도전한다. 첫 경기는 13일 열린다. 고시엔 107회 역사상 2연패를 달성한 학교는 6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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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패 압박감에 시달렸던 1년
교토국제고가 이 ‘꿈의 무대’로 돌아오기까지의 길은 험난했다. 선수들은 지난 1년간 2연패라는 무거운 압박감에 시달렸다. 팀을 변화시킨 것은 지난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좌완투수 니시무라 잇키(西村一毅·3학년)였다.
여름 고시엔을 마지막으로 3학년 선수들은 모두 은퇴한다. 1, 2학년 중심의 새 팀이 출전한 지난해 9월 가을 지역대회에서 교토국제고는 당연히 우승 후보였다. 니시무라 등 주력 선수 3명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회전에서 1점차로 패하면서 16강에 그쳤다. 고시엔 우승의 기쁨을 맛본 지 불과 한달만이었다.벤치는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매년 3월 열리는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출전은 그렇게 무산됐다.
니시무라는 동계훈련 기간 체력 강화와 투구폼 교정에 매진했다. 지난 5월 열린 봄 지역대회에서 설욕을 다짐했지만 또다시 1점차로 패배, 16강에 머물렀고, 여름 고시엔에는 시드 없이 출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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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고시엔 못 간다” 쓴소리 내기 시작한 에이스
“이대로 여름 고시엔에 갈 순 없다.” 강한 위기감을 느낀 니시무라는 팀 변화를 주도했다. 훈련 기간 팀원들의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목소리를 냈다. 때론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고시엔 마운드를 다시 밟아야 할 또다른 사연도 있었다. 올 9월 열리는 18세 이하(U18) 야구 월드컵 일본 대표 후보로 선발된 니시무라는 지난 4월 합숙 훈련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지난해 여름 고시엔 결승에서 마지막 타자로 삼진을 잡아낸 간토다이이치고(도쿄)의 사카모토 신타로(坂本慎太郎)와 글러브를 맞교환했다. 두 투수는 상대방의 글러브를 끼고 여름 지역대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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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역전으로 2연패 도전권 거머쥐어
지난달 18일, 교토국제고는 지역예선에서 ‘마의 4회전’을 맞았다. 이 대회 첫 등판에 나선 니시무라는 경기 전 20명의 원형 대열의 중심에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작년 가을, 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 결과는 10회말 역전승이었다.
이후 치러진 지난달 27일 결승전에서 니시무라는 4경기 연속 선발로 등판했다. 피로 누적으로 1회초, 중앙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1점을 따라붙었지만, 8회초 폭투로 추가점을 허용하며 다시 2점 차로 뒤졌다. 타선은 결정타를 터뜨리지 못했고, 실점이 더 늘면 투수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継) 감독은 끝까지 니시무라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타선이 점수를 낼 거야. 침착하자.” 니시무라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8회말 마침내 팀이 동점을 만들었고, 9회말 4-3 극적인 역전 끝내기 승리로 2년 연속 고시엔행을 확정했다. 안타 5개, 12탈삼진을 기록한 그는 벤치에서 달려나가 동료들을 얼싸안았다. 관중석의 동료와 학부모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한 니시무라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았다.
고마키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1년간 성장 속도는 더뎠지만, 정말 늠름하게 자라줬다”며 “나도 니시무라의 팬”이라고 웃었다. 그렇게 국제교토고는 전국 3396개 팀 중 유일하게 여름 고시엔 2연패 도전권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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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 투수전 큰 주목받아
지난 5일 고시엔 개회식에서 ‘전년도 우승교, 교토국제고’는 선두로 입장했다. 니시무라는 교토대회 우승기를 들고 당당히 행진했다.
첫 경기 상대는 지난해 봄 고시엔에서 우승한 겐다이다카사키고(군마)다. 이 학교는 최고 시속 156km를 던지는 우완 투수를 앞세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다.
지난 3월 두 팀이 맞붙은 연습경기에서 니시무라는 3점 홈런을 허용하는 등 대패했다. 그러나 국제교토고 팀원 모두가 5개월 전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오전 8시, 니시무라는 1년 만에 다시 고시엔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내가 팀을 이끌어 반드시 승리로 이끈다”는 각오로 1년간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갈고 닦았고, 직구는 최고 시속 146km까지 끌어올렸다. 교토국제고 에이스 니시무라의 2연패 도전에 뜨거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