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미뤄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두 수입 확대를 압박하면서 양국 간 농산물 분야 합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미국 중서부 지역 표심에 긍정적이고 중국 역시 비교적 저렴하게 대두를 살 수 있어 '윈윈'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국이 그동안 진행해온 대두 공급원 다변화를 바탕으로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 트럼프 "中, 대두 주문 4배로 늘리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중국이 빨리 대두 주문을 4배로 늘리기를 희망한다"면서 "이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미중 간 잠정 합의됐던 관세전쟁 휴전 90일 추가 연장안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중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약 18개월간 무역전쟁 끝에 2020년 1월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등을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했다. 다만, 실제로는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 바 있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중이 대두를 비롯한 농산물 구매와 관련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난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주펑 원장은 미중이 농산물 문제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사료용 등으로 대두 수요가 많은 만큼, 이는 양측에 모두 윈윈이라는 게 주 원장 평가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RSIS)의 리밍장 교수도 미중 간 농산물 합의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미국 농민들에게 이익일 뿐만 아니라 중국은 비교적 저렴하게 대두를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대두 수입 다변화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협상력을 키웠다면서, 대두 구매 합의가 단독으로 나오기보다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협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무역전쟁 이후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 브라질산 등의 수입을 늘려왔다.
중국 대두 수입에서 미국의 비중은 2016년 40%에서 지난해 18%로 줄어들었고, 브라질이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브라질산 수입 비중은 71%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은 128억 달러(약 17조8천억원)를 기록했다.
◇ 中, 대두 공급원 다변화…"새로 수확되는 美대두 구매 전무"
중국 사료산업 관련 플랫폼인 사료시장정보망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대두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어난 1천167만t을 기록,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하지만 이는 주로 브라질산 대두 수입 등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은 최근까지 4분기분 미국 대두를 구매하지 않은 상태로, 수입 업체들은 미중 무역 협상의 진행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미 농무부 자료를 보면 7월 마지막 주 기준 2024∼2025년도 대두의 대중국 순 판매량은 전무했으며, 14주 연속 제로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의 2025∼2026년도 대두 판매도 부진한 가운데, 아직 중국은 새로 수확되는 미국산 대두를 전혀 구매하지 않은 상태라고 사료시장정보망은 8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과거 첫 구매 시기와 비교해보면 2005년 이후 가장 늦은 상태이며, 이번 주까지 구매가 없을 경우 적어도 1999년 이후 가장 늦어진다고 전했다.
중국 국내적으로 대두박(콩깻묵) 공급이 과잉인 점도 미국산 수요 부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내수 부진과 세계적인 바이오디젤 수요 증가 속에 중국이 이례적으로 대두유(콩기름) 수출에 나서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산 대두박을 수입해 사료용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무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중국의 대두 공급원 다변화 전략을 반영한다면서, 중국이 계속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겠지만 무역 문제에 있어 중국의 자주적 결정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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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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