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숙박예약 플랫폼 1·2위 업체인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모텔 등 숙박업체가 광고와 함께 구매한 할인쿠폰을 별도의 보상 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억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12일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야놀자(회사명 놀유니버스)와 여기어때(여기어때컴퍼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5억4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야놀자 5억4000만원, 여기어때 10억원이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자사의 앱 상단에 더 많이 노출되는 광고를 모텔에 판매하며, 이들 업체 한해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쿠폰을 발급해줬다. 예컨대 여기어때는 앱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고급형’ 광고 모델을 팔며 입점업체에게 광고비에 비례하는 할인쿠폰을 내줬다. 가장 고액인 월 400만원짜리 광고의 경우 광고비의 29%인 114만9000원어치의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형태였다.
문제는 광고 기한 내 쿠폰이 모두 소진되지 않았을 때 발생했다. 두 회사는 광고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미사용 쿠폰을 임의로 없앴다. 여기어때는 쿠폰 유효 기간을 아예 하루로 정해 숙박업체 이용 고객이 당일 사용하지 않은 쿠폰을 소멸시키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런 정책으로 모텔 등 입점업체가 직접적으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봤다. 플랫폼 기업이 미사용 쿠폰에 대해서는 사용 기한 연장이나 비용 환급을 해줘야 하는데,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입점업체가 쿠폰에 대한 비용을 미리 지급(선지급)했는데, 이 비용을 회수할 기회를 임의로 없애버린 게 문제라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플랫폼의 이런 행위는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입점업체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라며 “미사용 쿠폰 소멸정책은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 입점업체가 매출 손해를 감수하고 발행하는 할인쿠폰은 할인율과 유효 기간도 입점업체가 정하게 된다.
소멸시킨 쿠폰의 총액은 야놀자 12억원, 여기어때 359억원 수준이다. 특히 공정위는 여기어때의 경우 위반행위가 더 중대하다고 봐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할 경우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고액인 10억원을 내게 했다. 공정위 박정웅 제조업감시과장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빈번하게 활용되는 할인쿠폰과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피해를 초래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