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부 '이스라엘에 소극 대응' 불만 고조…집행위는 내부단속 안간힘
EU 공무원들, 지도부에 잇단 항의 서한…"문제제기에 불이익" 주장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내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두고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EU 기관 공무원들이 지도부에 공개서한을 보내고 항의성 파업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집행위는 정치적 의사 표현 행위는 직무에 위반된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EU 차원의 압박 결여 탓에 직무 수행 과정에서 EU법 및 국제법을 어쩔 수 없이 위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EU 직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의 한 공무원은 EU 기관들이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내부 직원들의 '양심적 저항'도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공무원은 업무상 보복을 우려해 실명 대신 '라모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앞으로 이스라엘의 국제 인도법 준수를 압박해야 한다는 요구가 담긴 내부 서한이 발송되기도 했다. 서한에는 집행위 직원 약 1천500명이 연명했다.
서한 작성을 주도한 집행위의 정책수립 담당 공무원 오레스테 마디아는 EU 지도부가 요구에 화답하지 않으면 항의성 파업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항의성 의사 표현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U 기관 내 팔레스타인 지지 모임인 '평화를 위한 EU 직원들'은 지난달 EU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일부 항의성 시위를 한 직원들의 고용 계약이 갱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노사이드에 반대하자'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직원 7명이 EU 이사회 건물 내 식당에서 보안요원들에 의해 사실상 강제로 끌려나오는 일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불이익'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대변인은 오히려 일부 직원들의 불만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면서 "공정하고 충실하며 중립적인 방식으로 직업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EU의 소극적 대응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내부 비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앞서 집행위는 지난 6월 이스라엘이 가자전쟁 과정에서 EU와의 양자 관계 법적 근거가 되는 '협력 협정' 인권 존중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원칙적으로는 협력 협정 위반 시 무역특혜 중단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그러나 EU 회원국 이견 여파로 두 달이 지나도록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EU 서열 2위인 테레사 리베라 수석 부집행위원장조차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전쟁에 대한 EU의 '방관'을 비판했다.
지난달에는 이스라엘로부터 인도적 지원 확대 약속을 받아냈지만, 정작 EU 담당자들의 가자지구 진입이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거부돼 검증할 방법도 없다.
내부 불만도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도 당장은 이스라엘의 '선의'에 기대고, 공개 메시지를 내는 것 외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EU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날도 유럽 주요국 및 호주 외무장관들과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정부는 모든 국제 비정부기구(NGO) 구호 물자 배송을 허가하고 구호 활동가들의 활동 제한을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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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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